북한은 종전선언과 남북 및 북미대화 견인을 위해서는 한·미 연합훈련 등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훈련 실시 여부가 상반기 한반도 정세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 北적대시 정책 철회 주장...美 "연합훈련 일정 변화 없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3월 한·미 연합훈련 연기 가능성에 대해 "한·미 안보협의(SCM) 회의에서 논의된 훈련 일정에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최고의 준비태세를 유지해 한국을 위협이나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연합방위태세를 지속할 것"이라면서 "한·미 연합훈련은 한·미 양국 간 결정사항이며 모든 결정은 상호 합의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와 규모 등을 주목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일 신년사를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남·대미 메시지를 생략한 채 전략적으로 침묵하고 있다. 선제적 메시지 발신이나 조치를 하기보다는 한·미의 향후 행동을 지켜보고 다음 스텝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미 통화스와프 연장 불발...주한미국대사는 11개월째 공석
이런 가운데 최근 한·미 동맹 균열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8일 발간한 '아산 국제정세 전망 2022' 보고서를 통해 "2022년의 가장 큰 리스크는 한·미 동맹의 균열"이라며 "파열 지점이 여러 개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북한에 대한 위협에 이견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중국"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해 1월 해리 해리스 전 대사가 떠난 뒤 12개월째 공석이다. 주한 미국대사 지명이 해를 넘기면서 문재인 정부 내에서 지명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사 부임 절차는 주재국 동의(아그레망)→공식 지명 발표→의회 인준 요청→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전체회의 표결을 통한 인준안 최종 통과의 단계를 거친다.
한반도 현안을 조율할 전문적인 인물을 논의하고 있는 중으로 이례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미국의 동맹 순위에서 한국의 위상을 반영해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가 주한 미국대사 임명 지연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 탓이라는 주장까지 내놓으며 한국 패싱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울러 주한미국대사가 공석인 가운데 지난달 31일로 한·미 통화스와프도 종료됐다. 통화스와프는 마이너스 통장처럼 언제든지 달러를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한국과 미국은 필요할 때 자국 통화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외화를 빌려 올 수 있었다. 달러 확보가 그만큼 수월해지면서 양국 동맹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정부는 작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환시장 안정화에 큰 도움을 받았지만, 미국의 연장 거부 의사로 올해부터 스와프가 종료됐다. 반면 일본은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 계약을 유지 중이다.
또한 정부는 한·미 종전선언을 위한 문안조율을 마쳤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정부는 종전선언 언급을 자제하고 있어 사실상 종전선언 실현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한·미 양국이 종전선언 문안에 사실상 합의했다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대북 대화에 전념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외교를 통해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하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며 종전선언 문안 합의 관련 사실은 확인하지 않은 채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