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22사단은 어쩌다 '별들의 무덤'이 됐을까

2022-01-0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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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통로' 된 22사단…노크 귀순·헤엄 귀순 이어 새해 첫날 또 경계 실패

'별들의 무덤' 22사단…경계 작전 실패로 별 9개가 하루아침에 떨어지기도

잇따른 경계 작전 실패 이면엔 '100㎞ 육박' 경계 책임 구역과 인력 부족

'보존GP' 부근에서 월북 사건 발생 [사진=연합뉴스]

강원도 고성군의 동부전선을 지키는 22사단이 '귀순 통로'가 된 모양새다. 지난 노크 귀순·헤엄 귀순에 이어 새해 첫날부터 한 주민이 22사단 감시망을 뚫고 북한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최전방을 지키는 22사단의 존재가 무색하게 남북한을 제집 드나들듯 오가는 일이 잦아지자 군 경계가 뻥 뚫렸단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신임 22사단장이 취임한 지 보름 만에 지휘관 문책까지 이어질 수 있는 귀순 사건이 또 발생하면서 '별들의 무덤'이란 오명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3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군은 지난 1일 오후 9시 20분께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우리 국민으로 추정되는 1명을 포착하면서 월북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당시 군은 열상감시장비(TOD)로 DMZ에 있던 월북자를 포착해 작전 병력을 투입했지만, 신병 확보엔 실패했다. 월북자는 DMZ에서 포착된 지 1시간 20분 만인 오후 10시 40분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으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군이 월북자를 놓친 이유는 '늦장 대응' 때문이다. 먼저 우리 쪽에서 북한으로 가려면 GOP 철책을 넘은 뒤 MDL까지 접근해야 한다. GOP 철책을 넘어가면 월북을 저지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군은 월북자가 GOP 철책을 넘은 뒤 3시간이 지나도록 이를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사단의 경계 작전 실패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10월엔 북한군 병사가 우리 측 최전방 경계초소(GP)를 지나 GOP 철책까지 넘어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북한군 병사가 우리 측 초소에 올 때까지 아무런 제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수부대의 무장 침투였다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란 비판도 나왔다. 

이 사건으로 당시 합참 작전본부장(중장)과 합참 작전부장(소장), 육군 22사단장(소장), 합참 작전1처장(준장), 육군 1군사령부 작전처장(준장) 등 군 장성 5명이 징계위에 회부되거나 보직해임 처분을 받았다. 무려 별 9개가 하루아침에 떨어진 것이다. 또 2020년 11월 4일엔 북한 남성이 기계체조 선수처럼 GOP 철책을 뛰어넘어 민통선 지역에서 14시간여 만에 붙잡히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엔 육지가 아닌 바다를 통해 우리 측으로 넘어온 북한 남성도 있다. 당시 합참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잠수복을 입고 헤엄쳐 우리 측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까지 왔다. 이후 해당 남성은 군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됐으나 군에선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남성이 GOP에서 5㎞ 정도 떨어진 고성군 민통선 검문소까지 내려온 뒤에야 우리 군은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또 2014년엔 임 모 병장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22사단장(소장)과 대대장(중령), 중대장(대위) 등이 줄줄이 보직 해임됐다.

22사단에서 경계 작전 실패가 끊이질 않는 이유를 두고 열악한 환경이 원인이란 주장도 있다. 22사단이 강원도 고성군 전방 철책을 비롯해 동해안 등 약 100㎞에 달하는 구역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단과 비교해도 3~4배가량 더 길다. 또 한정된 병력으로 넓은 경계 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장병들이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이는 경계 소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단 뜻이다.
 

'보존GP' 부근에서 월북 사건 발생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강원도 전방부대 GOP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경계 작전에 투입되는 병사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경계 작전에 투입되는 분대는 8명이 기본이지만, 실제로는 4~5명뿐이다. 또 경계 근무는 오전 6시~오후 6시 오전 조,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오후 조로 나뉘는데 3시간씩 근무를 서다 보니 한 명당 2~3번은 근무를 나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겨울엔 제설로 인원이 빠지기라도 하면 한 명당 하루 12~15시간 근무가 기본"이라고 꼬집었다.

열악한 근무 환경만큼이나 시설도 개선이 시급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통 GOP는 신식 막사 등 환경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곳엔 컴퓨터 절반이 고장 난 상태였고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시설도 없애 여가엔 TV를 보는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또 "GOP 소초에선 지하수를 퍼 사용하다 보니 겨울엔 물이 없어 수건에 물을 적셔 머리를 감거나 몸을 닦곤 했다"고 말했다. 

한편 군 당국은 이번에 22사단의 GOP 철책을 뛰어넘은 월북자가 불과 1년여 전 기계체조 선수처럼 귀순한 탈북민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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