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자치경찰사무의 지휘·감독권이 지방자치단체에 부여됐다. 하지만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서울 '신변보호 여성 피살 사건' 등 민생 치안을 위협하는 범죄가 잇따르면서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자치경찰제는 문재인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 일환으로 지난해 7월 출범했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범죄를 예방하고 약자를 보호하며, 생활 안전, 교통, 경비 등 지역별 사정에 맞는 주민밀착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서울 용산구로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 전모씨(29)도 자치경찰제는 알지만 체감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전씨는 “신문을 매일 봐서 자치경찰제의 개념은 안다”면서도 “자치경찰제로 구체적으로 무엇이 바뀌고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권의 분할과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서비스 제공이라는 점 때문에 도입된 자치경찰은 생활 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시민의 삶과 밀착된 사무를 담당한다. 그럼에도 현재 시민이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치경찰제는 미완성 상태다.
지자체 자치경찰위원회는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 신규 치안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 1인가구 증가, 한강공원 주변 안전 강화 필요성 같은 서울시 고유 특색에 맞는 자치경찰의 치안 활동도 강화했다.
서울시 한 자치경찰위원은 “서울시 자치경찰은 여성안심귀가길 사업이나 안심 홈세트 지급 등 여성 1인 가구가 많은 서울시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며 “한강에도 지난 사고(손정민군 사고) 이후 사각지대가 없도록 CCTV 설치를 늘렸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옷을 입고 활동하는 등 자치경찰의 차별화가 부족해 시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예산이 늘어 파출소 등 자치경찰의 시설을 개선하고 자치경찰이 더 열심히 하면 시민이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주민밀착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사전에 지자체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고, 인력과 예산 확보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시 자치경찰위원을 맡고 있는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한국경찰학회장)는 “중장기적으로는 지자체가 자치경찰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국고보조금은 목적을 명시해 현재로서는 지자체의 치안 수요가 발생해도 재정을 투입할 자율성이 존재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세 비율을 늘리는 것을 논의하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자치 경찰 인사권 실질화 등 자치경찰위원회의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며 “자치경찰위원회의 권한 확대와 동시에 지자체의 예산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층간소음·스토킹·가정폭력·아동학대 등 민생범죄는 대표적인 지방자치 경찰 사무로 분류되는데, 자치경찰제 측면에서 나오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층간소음 문제의 경우에도 이웃 간 갈등을 중재할 수 있도록 자치 갈등 조정위원회를 만들거나, 신축 가구 등에 층간 소음이 방지되는 건물에만 인허가를 해주도록 조례를 보완하는 조치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자치경찰이 사전에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