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실리콘밸리' 선전시 서기는 '출세 등용문'

2021-12-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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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차 당대회 정치국원行 티켓 따놓은 마싱루이

왕웨이중·쉬친 등 역대 선전시 서기 '승승장구'

옆도시 광저우 서기는 줄줄이 '낙마'

(왼쪽부터) 마싱루이 신장위구르자치구 서기, 쉬친 헤이룽장성 서기, 왕웨이중 광둥성 성장. 모두 선전시 서기 출신 관료들로 중용됐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 서기 출신들이 최근 승진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모두 기술 전문성을 인정받은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로 시진핑(習近平)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저장성, 푸젠성 출신 관료들과 함께 정계에서 중용되는 모습이다. 

◆ 20차 당대회 정치국원行 티켓 따놓은 마싱루이 

'군수방'으로 분류되는 마싱루이(馬興瑞·62)가 대표적이다. 선전시 시장, 서기를 거쳐 광둥성 성장까지 오른 그는 최근 신장위구르자치구 당서기로 승진 임명됐다. 

신장자치구 서기는 베이징·상하이·충칭·톈진·광둥성 서기와 함께 중국 공산당 핵심 권력 집단인 25명의 중앙정치국원 입성이 확실시되는 자리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정치국원에 무난히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마싱루이는 중국 우주항공 기술 개발 중심지인 중국 항천과기그룹(이하 중국항천) 총경리 출신으로, 대표적인 '군수방(軍工系)'으로 분류되는 관료다. 군수방은 첨단 우주항공, 군수 산업 계통에 몸 담으며 경력을 쌓은 인물을 말한다. 

톈진대학교 일반역학과 석사, 하얼빈공대 비행동력학 박사를 마친 후 하얼빈공대 우주공정 부문 교수, 학과장, 부총장도 역임했다. 중국항천과기집단 총경리, 국가항천국 국장을 지내며 중국 유인우주선인 선저우(神州)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이후 광둥성으로 자리를 옮기며 지방 행정 경험도 두루 쌓았다. 

그의 이번 중용을 놓고 중국 중화권매체 둬웨이망은 “‘군사·우주방’, 경제선진 지역인 ‘광둥방’과 ‘박력과 투쟁의식을 갖춘 실무형 정치인’을 20대 인사의 핵심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둬웨이는 풀이했다.

◆ 왕웨이중·쉬친 등 역대 선전시 서기 '승승장구'

마싱루이 후임으로 광둥성 성장에 내정된 왕웨이중(王偉中·59)도 선전시 서기 출신이다. 중국 명문 칭화대 수리공정학과 졸업 후 수리부, 국가과학위원회, 과학기술부 등 기술 계통에 줄곧 몸담으며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산시성 성도 타이위안 서기를 거쳐 광둥성으로 옮겨 5년 넘게 선전시 서기를 역임했다. 

전임자 쉬친(許勤·58)도 베이징 이공대에서 광학엔지니어를 전공한 데다가, 홍콩이공대에서 경영학 박사까지 마친 기술과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 인재다.  

병기공업부(병기공업집단 전신)에서 관료생활을 시작해 이후 중국 거시경제 정책을 짜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만 20년 가까이 몸 담으며 첨단기술산업국 국장도 역임했다. 이후 선전시 부시장, 시장을 거쳐 당서기까지 올랐다. 선전시 근무경력만 10년에 달한다. 이후 2017년 허베이성 성장으로 자리 옮겨 현재 헤이룽장성 당서기를 맡고 있다. 

이밖에 이번에 광저우 시장에 새로 내정된 궈융항(郭永航·56)도 선전시에서 25년 넘게 근무한 '선전 토박이'나 다름없다.  선전시 옌톈구 서기, 선전시 비서장을 역임했으며, 2018년 인근 광둥성 주하이시 서기로 옮겼다가 지난 10월 광둥성 부성장으로 승진했다. 

◆ 옆 도시 광저우 서기는 줄줄이 '낙마'

역대 선전시 서기들의 약진은 같은기간 인근 광둥성 성도 광저우 서기들이 줄줄이 낙마하거나 승진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과 비교된다.

이달 초 광저우 서기·시장에 대해선 도시 벌목 등 자연생태 환경 파괴 이유로 동시에 해임됐다. 이번 문책성 인사로 장숴푸(張碩輔) 전 광저우 서기는 광둥성 인민대표 상무위원회 서열에서 꼴찌에서 두 번째로 밀려나 강등됐다. 

광저우 서기의 '비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한때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 받던 완칭량(萬慶良) 전 광저우시 서기도 비리 혐의로 돌연 낙마했다.

당시 혼란한 광저우시 정국을 정리하기 위해 톈진시 부시장에서 광저우 서기로 급파됐던 런쉐펑(任學鋒)도 한때 광둥성 성장 내정설까지 돌았지만, 결국 충칭시 부서기로 옮겨갔다. 비록 직할시이긴 하지만 충칭시 경제 규모가 광둥성보다 적은 만큼 사실상 '좌천'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리고 충칭시 부서기로 부임한지 약 1년 만에 돌연사했다. 

광둥성 성도 광저우와 선전, 둘 다 베이징·상하이와 어깨를 겨루는 1선 도시다. 한때 광저우가 광둥성 성도로 한때 경제력이 막강하기도 했지만, 오늘날엔 선전시 경제력이 이미 광저우를 추월한 지 오래다. 현재 선전은 홍콩 경제규모도 앞질러 아시아에서 도쿄, 서울, 상하이, 베이징에 이은 경제 규모 5위 도시로 우뚝 섰다.

특히 텐센트, 화웨이, 비야디, ZTE 등 첨단기업이 모여있는 선전은 첨단산업이 발전해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고공성장하면서 선전시 관료들도 기술 전문성을 인정받아 중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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