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벤처 투자는 5조2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8% 증가했다. 투자액이 5조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며, 올해 연간 벤처투자 규모는 최소 6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건강 관련과 비대면 분야에 투자가 집중됐다. 한국벤처투자가 지난달 발간한 ‘VC트렌드리포트’에 따르면 VC들의 최근 1년간 투자는 바이오, 헬스케어,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업종에 집중됐다. 이 중에서도 AI,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높은 관심을 끈 것으로 조사됐다.
4차 산업혁명 이끈다… AI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 쏠려
AI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VC들의 관심도 높다. 눈으로 보는 통화 앱 ‘비토(VITO)’를 운영하는 리턴제로는 올해 16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이로써 리턴제로는 총 198억원에 달하는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이번 시리즈B 투자에는 KTB네트워크‧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하나벤처스‧컴퍼니케이파트너스‧엔젤투자자가 참여했다. 투자에 참여한 VC들은 리턴제로가 비토를 통해 오랜 기간 정체된 한국어 음성인식 시장을 혁신해 나갈 것으로 본다며 투자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리턴제로는 투자금을 기술 연구개발(R&D), 인재 영입, 서비스 확대, 글로벌 진출 등에 사용해 새로운 도약과 확장의 시기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리턴제로가 지향하는 ‘실용주의 스타트업’ 정신을 극대화해, 비토가 더욱 많은 이용자들의 실제 일상생활 속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서비스 고도화에 힘쓸 방침이다.
AI 전화 비토는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서비스다. 통화 녹음 내용을 수 초 내에 문자로 바꿔 채팅처럼 보여주기 때문에 한눈에 파악이 가능하며, 검색 기능으로 과거의 통화 내역 중 필요한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앱 내에서는 원본 통화 내용을 다시 듣기 할 수 있으며 원하는 부분만 저장할 수도 있다.
AI 최적화 기술 기업 ‘노타’는 약 17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 유치는 지난해 8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시리즈B 투자에는 기존 투자사인 스톤브릿지벤처스와 LB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고 디에스자산운용‧인터베스트‧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이 신규 투자사로 합류했다.
이로써 노타는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 273억원을 달성했다. 노타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AI 최적화 기술 고도화, 글로벌 사업 확장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우수한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노타가 AI 최적화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HW-aware AutoML 플랫폼 ‘넷츠프레소’는 학습 데이터만으로 원하는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자동으로 생성한다. 기존에는 AI 모델 개발과 타깃 하드웨어 탑재를 위한 최적화 과정에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했다. 하지만 넷츠프레소를 통해 단시간에 자동 생성·테스트가 가능해짐에 따라 시간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넷츠프레소는 다수의 수요 기업들로부터 기술 검증을 거쳤으며, 현재 정식 출시를 목표로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비대면·언택트 문화 확산에… ‘메타버스’ 스타트업 급부상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함에 따라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하면서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스페이셜’은 최근 3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파인벤처파트너스‧KB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파트너스‧미래에셋‧메이븐그로쓰파트너스 등이 신규 투자사로 참여했다. 기존 아이노비아캐피탈‧화이트스타캐피탈‧레러히포도 연속 투자자로 함께했다. 스페이셜은 지난해 1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바 있으며, 이번 라운드로 누적 투자액 590억원을 달성했다.
스페이셜은 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협업 플랫폼에서 최근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최근 크리에이터 기반의 경제가 활성화되며 많은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손쉽게 거래하고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진다는 점에 주목해 서비스를 메타버스 갤러리 모델로 진화시켰다는 설명이다.
스페이셜이 새롭게 선보인 서비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메타버스 갤러리’를 표방한다. 나를 꼭 닮은 아바타를 만들고, 공유 공간을 통해 아티스트‧크리에이터‧컬렉터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교류할 수 있는 메타버스다. 스페이셜만 통하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자신만의 전시장을 가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AR-XR 메타버스 개발사인 ‘애니펜’은 올 한 해 총 135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8년 시리즈A라운드를 통한 60억원 투자 유치에 이어 올해 4월 85억원 규모 브릿지투자를 받았다. 브릿지라운드 투자에는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유니온투자파트너스‧하이테크기술개발 사업화 펀드(한국벤처투자) 등이 참여했다. 지난 11월에는 우미건설로부터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애니펜은 그동안 실감형 콘텐츠 기술과 딥러닝 기술을 연구개발해왔으며, 확보한 자금을 통해 애니펜만의 메타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디지털 트윈, 포토그래메트리 기술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공간이 공존하는 메타버스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사용자들이 그 공간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체험하고 사용자 간에 상호 작용하며, 실제 세계와 가깝게 체험하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차세대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 중인 ‘닫닫닫’은 한국투자파트너스‧KB인베스트먼트‧라구나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27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닫닫닫은 프로젝트 TNT(가칭)의 개발 및 출시를 위해 미국 시애틀과 한국에서 팀 보강에 집중할 방침이다. 현재 닫닫닫이 개발 중인 SNS 플랫폼 TNT는 사용자가 직접 3D 배경과 캐릭터에 감정을 부여하고 스토리를 담아 숏폼 영상툰 형태로 만들어 공유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다.
질병 예방 및 관리 필요성 확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뜬다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헬스케어와 IT 기술을 결합해 현 건강상태 및 주요 질환의 발병 확률을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원격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소프트뱅크벤처스‧새한창업투자‧해시드‧크릿벤처스 등으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올 상반기 네이버와 미래에셋 등으로부터 받은 프리 시리즈A와 이번에 마무리된 시리즈A 투자를 더해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약 120억원 규모다.
닥터나우는 앱 이용 누적 30만건, 앱 다운로드 누적 27만건 등을 기록한 국내 1위 원격의료 플랫폼이다. 국내 최초로 비대면 진료 및 처방약 배송 서비스를 론칭해 디지털 의료 산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의 편의 및 혜택을 강화하고 산업 인지도를 높여 공격적으로 이용자 저변을 확대하는 한편,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개발 인력 채용 등 기업의 빌드업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AI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엑소시스템즈’는 올해 4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SBI인베스트먼트‧라구나인베스트먼트‧기술보증기금이 참여했다. 회사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약 50억원이다.
엑소시스템즈의 디지털 케어 솔루션은 웨어러블 의료기기와 사용자 앱 플랫폼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뇌신경계 재활 및 근골격계 질환자가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 웨어러블 센서를 통해 근골격계의 질환에 관련된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분석하고, 이에 기반한 운동처방 등 행동중재가 적용된 디지털 치료 소프트웨어도 함께 제공한다.
클라우드 전자의무기록(EMR)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세나클소프트’는 올해 7월 126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마쳤다고 밝혔다. 카카오벤처스‧뮤렉스파트너스‧두나무앤파트너스 등 기존 투자자와 더불어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전략적 투자자로 새로 참여했다. 2018년 11월 설립 이후 누적 투자액은 230억원 규모다. 이번에 확보한 투자금은 우수 인재 유치에 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세나클소프트는 의원급 1차 병원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EMR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세나클소프트는 기존 EMR의 단점을 보완하고 급변하는 스마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의 전자차트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병원 내 자체 서버 설치 비용을 줄이고, 보안 이슈나 데이터 손실 같은 문제에도 효율적으로 대응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