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방 가열] 李 "토론 회피" vs 尹 "싸움밖에"...신경전 지속

2021-12-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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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 25일 '삼프로TV' 나란히 출연

거대 양당 대선 후보가 25일 후보 검증을 위한 토론을 두고 재차 공방을 벌였다. 먼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양자 토론에 대해 "싸움밖에 안 된다"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권에서는 윤 후보가 싸움을 명분으로 토론을 회피한다는 지적을 내놨고 이 후보도 윤 후보를 향해 "정치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각을 세웠다. 여야가 대선 후보 검증을 둘러싼 토론을 두고 신경전을 지속하는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탄절인 12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보건소를 방문, 코로나19 역학조사전담반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尹, '李와 토론' 제안에 "별 도움 안 돼" 일축
윤 후보는 이날 유튜브에 공개된 경제전문채널 '삼프로TV'에서 '이 후보와 경제 정책에 대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할 시간을 주시면 그런 자리를 마련해보겠다. 그러면 대선 분위기가 훨씬 정책적으로 갈 듯하다'는 진행자들의 제안에 "별로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토론을 하면 서로 공격과 방어를 하게 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해보니까. (경선 때) 16번 해보지 않았느냐"며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시청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기회가 많아야 한다. 토론을 하게 되면 결국은 싸움밖에 안 나온다"면서 "준비도 '저쪽에서는 무엇을 해올까'를 공부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 이 나라의 공적인 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뽑는데,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이런 걸 검증해나가는데 정책 토론을 많이 하는 게 별로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 경선 토론을 16번 했지만 그 토론 누가 많이 보셨느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와의 양자 토론 제안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일축한 셈이다.

이에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대변인을 맡은 강선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님, 토론이 검증이 그리 무서우냐'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싸움을 핑계로 토론 회피의 명분으로 삼았으나 결국 윤 후보는 자질 검증, 도덕성 검증, 정책 검증이 무섭다고 자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 의원은 "대선 후보 간 경제 정책 토론을 권하는 사회자의 권유에 대한 윤 후보의 답변, 아연실색할 지경"이라며 "현대 민주주의 선거 운동의 꽃이자, 유권자의 투표 판단 기준의 핵심으로 꼽히는 TV 정책 토론을 국민들이 보지도 않는 퇴물로 취급한 인식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함께했던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에 대한 예의도 저버린 망언"이라고 혹평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정책 토론 못 하겠다는 윤석열 후보, 자신의 무지·무능 밝혀질까 두려우시냐. 아니면 숨기고 싶은 것이 많으시냐'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요즘은 초등학생 때부터 토론을 한다. 토론 시간에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대선 후보라니 이건 코미디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토론 하면 저쪽에서 뭘 해갖고 올 것인가' 우려하는 말에서는 숨기고 싶은 게 많으시구나 그런 두려움이 느껴진다"며 "의혹 검증을 회피하는 채로 어떻게 대선을 치르겠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정책 토론을 회피하는 대선후보라니, 세상에 이런 대선이 어디 있었나 싶다"고 거듭 비판했다.

강 대표는 또 "혼자 훈화말씀 하시는 문화에 익숙하셔서 토론이 어려우신 점은 잘 알겠지만, 토론 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라며 "어서 정책 토론의 장을 열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우리 사회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셰프로 변신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일반 시민들을 초대해 직접 요리한 음식들을 선보이며 대화를 나눈다. 국민의힘은 이런 콘셉트를 담은 '석열이형네 밥집'을 오는 12월 27일 오후 6시 '윤석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첫 방송한다고 지난 12월 24일 밝혔다. 사진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李 "정치 안 하겠다는 얘기"...尹 측 "격 맞아야 토론"

이 후보도 이날 오후 연합뉴스TV '마크맨과의 수다'에 출연, 윤 후보 발언에 대해 "정치를 안 하겠다는 얘기"라며 맹공에 나섰다.

이 후보는 "결국 논쟁을 보고 국민은 판단, 선택하는 것인데 그 기회를 안 주겠다는 얘기"라며 "입장이 다른 사람이 당연히 존재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가 정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쟁이 벌어지고 서로 설득해야 하고 타협해야 하는 과정 자체가 다툼인데 이걸 회피하면 정치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의 정치에서 정치인이 취할 태도로는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국민들도 다툼을 통해 판단한다"면서 "괴로울지 몰라도 즐겨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윤 후보님을 보면 되게 반갑다"면서 "같은 법조인으로서 느끼는 동질감도 있고, 동지애는 아니겠으나 동료의식 그런 것 때문에 반가운 마음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저는 말을 걸고 싶은데 (윤 후보가) 잘 안 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면서 "요새 우리 참모들도 '왜 상대방은 얘기 안 하는데 자꾸 쫓아가 얘기하느냐'고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가능하면 서로에 대해 이해도 할 겸 국민들이 볼 때 두 사람이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판단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고 거듭 밝혔다. 윤 후보가 토론뿐 아니라 자신과의 대화도 피한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이처럼 여권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윤 후보 측 선대위에서도 "자고 일어나면 공약이 바뀌는 후보와 무슨 토론을 할 수 있느냐"며 반격에 나섰다.

장순칠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토론 중에 불리하면 '철회한다 했더니 진짜 철회한 줄 알더라' 이런 얘기나 늘어놓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국민께 예의가 아니다"라며 "토론도 격이 맞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침저녁으로 입장이 바뀌고, 유불리 따지며 이 말 저 말 다하고 아무 말이나 지어내는 후보 얘기를 굳이 국민 앞에서 함께 들어줘야 하느냐"며 "혹시 몰라 선대위 관계자들이 써준 내용 외워 오면 해볼 만하다 생각했었는데, '알바로도 3000만원은 번다'라는 말에 애시당초 기대를 버렸다"고 힐난했다.

아울러 "집권세력의 엉망진창 국정운영에 가뜩이나 살기 힘든 국민이다. 받으라는 특검(특별검사제)은 안 받고 자다가 봉창 두드리듯 토론 타령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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