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대통령 선거는 12월 25일 성탄절, 크리스마스와 전혀 상관이 없었다. 후보가 정해지지도 않았고 선거 운동을 하는 기간도 아니었다. 대부분 대선이 있던 해의 크리스마스는 노래 '연극이 끝난 후'와 같은 분위기였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 어둠과 고독, 침묵만이 흘렀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대선은 2017년을 제외하고 모두 12월 중순에 있었다. 2012년(이하 당선인 박근혜), 2007년(이명박), 2002년(노무현) 모두 12월 19일에 치러졌다. 1997년(김대중), 1992년(김영삼)에는 12월18일, 1987년(노태우) 12월 16일.
매번 대선 이후 성탄절, 승자 측은 성대한 축하 파티를 곳곳에서 열었고, 패한 쪽은 대선 패배의 우울함을 서로 위로했다. 선거와 성탄절은 별 연결고리가 없었다.
대선 역사상 이런 ‘비호감 경쟁’ 선거가 없다는 말은 이제 지겨울 정도. “이번 대선에 뽑을 사람이 없어 투표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정말 많다.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너그러워지는 크리스마스 시즌, 투표를 안 하겠다는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날 좀 보소’ 어필하려고 할 거다. 배우자 및 자녀 의혹 등 상대방을 향한 공격도 계속, 아니 한층 더 거세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23일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총리의 회동을 '성탄 선물'이라고 자화자찬한다. 당내 내분이 격화되고 있는 국민의힘은 성탄절 주말 사이 그들끼리 뭔가 큰 성탄 선물을 주고 받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받고 싶은 성탄 선물은 거룩하지는 않더라도 조용한 밤일 터. 서로 ‘말의 총탄’, ‘의혹의 대포’를 쏟아내는 지긋지긋한 대선 전쟁을 잠시라도 멈춰주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판은 너 죽이고 나 살기 대선전쟁을 치르고 있다. 진짜 전쟁을 벌인 이들도 총칼을 내려놓았는데, 25일 하루 상대를 향한 저주의 말, 스캔들 폭로를 멈추면 어떨까.
대선 후보들이 동방박사가 될 수는 없겠지만, 성탄절에는 국민을 구유 속 예수로 섬겨 무릎 꿇고 평화의 선물을 드리길 바란다. 2022 대선, 크리스마스 휴전이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