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의 코로나19 경구용(먹는 약)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가정용으로 허가한 가운데, 정부가 화이자와 '팍스로비드'를 추가 구매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선구매한 7만명분 외 추가 구매 건이다. 이에 따라 연내 국내에서도 긴급사용승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먹는 치료제는 재택치료 환자와 고위험·경증·중등증 환자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김옥수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자원지원팀장은 23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화이자의 코로나19 치료제 7만명 구매 계약과 별도로 추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도입 물량이나 시기, 사용 방법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승인에 따라 향후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도 전날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승인검토에 착수했으며 연내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FDA가 사용을 승인하며 안전성과 효과가 인정된 만큼 국내에서도 팍스로비드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경구용 치료제 40만4000명분을 구입해 이르면 내년 2월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미국 머크앤드컴퍼니(MSD)의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20만명분,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7만명분 등 27만명분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나머지 13만4000명분의 구매도 논의 중이다.
다만 MSD의 '몰누피라비르'의 국내 사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근 프랑스 정부가 몰누피라비르 10만회분에 대한 사전 주문을 취소하고 화이자 팍스로비드를 대신 구매하겠다고 결정한 데다 미국 FDA도 22일 몰누피라비르 승인을 보류하면서다. 식약처는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보다 앞서 지난달 MSD의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승인 심사에 착수한 바 있다.
김옥수 팀장은 몰누피라비르의 국내 도입 계획과 관련해 "국내외 의약품 규제당국의 승인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한국과 MSD 간의 선구매 계약은 미국 FDA 긴급사용승인을 조건으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 FDA와 식약처의 긴급사용승인이 선행되지 않으면 몰누피라비르 20만회분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를 꺾을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경구용 치료제에 대해 방역 당국도 유용성을 인정하고 있다.
김 팀장은 "경구용 치료제는 주사제가 아니기 때문에 재택환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고위험 ·경증 ·중등증을 대상으로 환자의 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SK바사 코로나 백신 1000만회분 선구매 추진
정부는 또 국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등을 위해 내년에 총 5457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특히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과 임상시험 성공을 위해 3210억원을 투입, 임상·비임상단계 연구지원을 강화하고 국산 백신 선구매를 추진한다.
정부는 이날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 제12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그동안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현황 및 지원방안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R&D 지원 강화방안 △2022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지원 예산안 등이 논의됐다.
정부는 국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원 차원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개발한 국산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최대 1000만 회분 선구매를 추진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백신은 지난 8월 3차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고, 지난달 2상 중간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정부가 정한 선구매 전제조건을 충족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 등은 실무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 선구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