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악화를 겪고 있는 중소 생명보험사인 IBK연금보험이 자본 확충을 위해 후순위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오는 2023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된다. 여기에 기존에 강점을 보였던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증권사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자본 확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BK연금보험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국내 무기명식 무보증 무담보 형태로 최대 1000억원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하기로 의결했다.
IBK연금보험이 자본 확충을 추진하는 것은 1년 만이다. IBK연금보험은 지난해 말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증자는 100% 지분을 보유한 IBK기업은행이 담당했다.
IBK연금보험이 1년 만에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선 데에는 오는 2023년 도입 예정인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준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파악하는 지급여력(RBC) 비율이 악화할 수 있다. IBK연금보험의 지난 9월 말 기준 RBC 비율은 208.35%다. 1년 전 171.8%까지 하락했던 IBK연금보험의 RBC 비율은 기업은행의 유상증자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생보업계 중 하위권이다.
기존에 강점을 보였던 퇴직연금 시장에서 경쟁이 본격화한 점도 자본 확충을 추진한 이유로 꼽힌다. 증권사들이 최근 퇴직연금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IBK연금보험의 강점인 수익률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 포털에 따르면 10년 장기수익률 상위 10개 금융사도 증권사가 차지했다. 수익률은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이 3.37%로 가장 높았고, 하나금융투자(3.36%), 한국투자증권(3.3%), NH투자증권(3.29%) 순이었다. IBK연금보험의 수익률은 3.26%로 증권사에 밀렸다. 퇴직연금 자금도 증권사에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상반기 중 연금 계좌이체를 통해 은행·보험업계에서 증권업계로 순유입된 금액을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래에셋·NH·한국투자·삼성증권에 따르면 은행·보험에서 이들 4개사로 이동한 IRP 규모만 2019년 1563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7987억원으로 집계됐다.
생보사 관계자는 "IFRS17 대비 등으로 중소형사인 IBK연금보험이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진 것이 이번 후순위채 발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IBK연금보험은 향후 퇴직연금 시장 등에서 고전한다면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