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아이·디어·유] 4龍 ④ 잡탕밥 말고…샐러드 만들어보라

2021-12-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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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잡탕밥 비판' 틀려…잡탕밥에도 주재료와 소스 있어

미국 다양성…‘멜팅 팟’에서 ‘샐러드 볼’로

샐러드에 액젓, 겉절이에 케첩 안 넣어

외부 인사 영입…샐러드, 겉절이 만들듯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한 달 간격으로 ‘잡탕밥’이라는 단어를 썼다. 대선 후보 경쟁자였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비판하면서다. 외부 인사 영입이 무원칙, 마구잡이식이라는 거다.
 
윤 후보가 20일 진보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정치인 신지예씨를 선대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전격 영입하자 홍준표 의원은 “잡탕밥도 찾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인 국민의힘이 이도 저도 아닌 잡탕이 됐다는 비아냥이다. 
 
꼭 한 달 전인 11월 20일에도 당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한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한 윤석열 대선후보의 이른바 ‘3김(金)선대위’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었다. “잡탕밥도 찾는 사람이 있다.”
 

[잡탕밥(해선개반) 사진=유튜버 '더 웍' 화면 캡처]

▶잡탕밥은 사실 중국에서 비롯된 해산물덮밥이다.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하이시안까이판(海鮮蓋飯)’, 한자 풀이 그대로 해물로 밥을 덮는 음식이다. 한국식 잡탕밥 역시 주로 해물을 재료로 많이 쓴다. 오징어, 새우 등에 버섯, 양파, 피망, 청경채, 마늘 등이 걸쭉한 녹말가루 소스에 어우러진다. 굳이 육류를 추가고 싶으면 기름기 적은 잡채용 쇠(돼지)고기를 넣으면 더 풍부한 맛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해물 본연의 잡탕밥은 변치 않는다.
 
잡탕밥에 아무 재료, 소스를 넣지는 않는다. 잡탕밥에 삼겹살이나 양고기를 더하거나 고춧가루, 버터를 넣지는 않는다. 냉장고에 있는 아무 거나 넣으면 자칫 잡탕밥이 아닌 정체불명의 못 먹을 음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홍 의원이 얘기한 ‘잡탕밥’은 틀린 표현이다. 주재료와 소스 모두 잡탕밥에는 ‘기본’이 있고, 이를 어기면 잡탕밥이 아닌 이상한 음식이 되기 때문이다.
 

[2021년 7월 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에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30여성의 표를 얻기 위해 신지예씨를 영입한 국민의힘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여성가족부 폐지 △n번방(디지털 성착취)방지법 반대 △성폭력 무고죄 신설 △탈원전 반대 등에서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진보 페미니스트들과는 양 끝, 전혀 반대의 지점에서 맞선다.

음식으로 따지면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는 단일 메뉴다. 메뉴를 바꾸지 않는 한 신씨를 영입한 국민의힘은 잡탕밥이 아닌 정체불명의 괴음식이 된다. 일부에서는 신씨 영입을 ‘일베(극우적 남성중심주의)와 메갈(남성혐오적 극단적 페미니즘)의 결합’이라고 비난할 정도니까.
 
▶4용(龍)이 잡탕밥을 만들어 보면 알 텐 데, 중국 음식은 강한 화력과 웍(중국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우묵한 프라이팬)이 필요해 집에서 만들기 쉽지 않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이 가장 간단한 ‘혼합’ 음식인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 배우자에게 대접해 보면 좋겠다. 다양한 재료를 섞어서 맛을 내는 '음식 대통합'의 최고는 비빔밥이지만 쉽게 만들 수 없다. 샐러드는 뚝딱 만드는 쉬운 음식일 뿐 아니라 다양성의 통합을 상징한다. 
 

[각종 채소를 담은 샐러드 볼. 사진=유튜브 캡처]

▶다인종, 다문화국가인 미국의 지식인들은 대통합을 외치며 ‘멜팅 팟(Melting Pot)’을 강조했다. 여러 차이가 녹아 드는 용광로를 말하는데, 요즘에는 다양성을 존중해 ‘샐러드 그릇(Salad Bowl)’이란 표현을 더 많이 쓴다. 백인과 서양 문화 중심의 용해(멜팅) 대신, 온갖 재료를 담는 우묵한 샐러드 그릇의 미국을 지향하자는 거다. 제각각 인종의 정체성과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 ‘따로 또 같이’,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뜻을 담았다.
 
샐러드는 각종 야채와 토핑(샐러드 위에 올리는 고기, 해물, 견과류), 드레싱(소스)을 조합하면 수 십, 수 백 개의 메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쌈 야채 남은 거에 고기 종류나 아몬드, 땅콩, 시리얼 중에서 있는 거 토핑하고 케첩과 마요네즈 섞어서 잘 비비면 훌륭한 음식이 된다.
 

[부추겉절이. 사진=유튜브 캡처]

▶샐러드가 배우자 입맛에 익숙하지 않다면 겉절이가 좋겠다. 상추, 알(양)배추, 파, 부추 등 집에 있는 야채에 고춧가루, 간장, 설탕, 액젓, 다진 마늘, 참(들)기름, 깨소금 넣고 쓱쓱 조물조물 무치면 끝이다.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네 대선 후보들은 이도 저도 아닌, 못 먹을 잡탕밥 말고 샐러드 혹은 겉절이 김치를 만들어 보라. 샐러드에 까나리액젓 넣을 생각은 못할 거다. 아무리 요리를 몰라도 겉절이에 케첩을 넣지는 않을 터.
 
대선 캠프에 외부 인사를 영입할 때도 그렇다. 샐러드나 겉절이 만들었던 과정을 생각하면 잡탕 논란은 일어나지 않을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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