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도 중신용자대출 ‘눈독’...중금리대출 판 커진다

2021-12-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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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금리대출이 금융권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중심이었다면 고신용자를 주고객으로 대출을 해왔던 시중은행들도 새로운 수익 찾기 대안으로 중금리대출에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시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해 충분한 한도와 인세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진행한 비대면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중저신용자대출과 정책서민금융상품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총량 관리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면서 "금융권과 협의를 거쳐 12월 중에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여당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올해(5~6%)보다 낮은 수준으로 정하고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을 비롯한 서민 실수요자 대출에 대해서는 분기별 관리를 통해 차질없이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완주 더불어 정책위의장은 가계부채 당정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내년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올해 대비 4∼5%대로 관리하겠다”면서 “서민 실수요자 대출, 전세대출, 집단대출은 최대한 중단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관련 서민의 실수요 대출에 예외를 적용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DSR 규제 자체를) 유예하거나 없던 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금리대출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0조원 수준이던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를 올해 32조원, 내년에는 35조원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당국 구상이다.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목표 달성은 사실상 쉽지 않게 됐지만 중금리대출은 올해 3대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주요 현안에 속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중저신용대출 비중은 올해 3분기 잔액 기준 각 13.4%, 13.7%에 그쳤다. 이들 은행은 연말까지 각 20.8%, 21.5%까지 중저신용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 10월 출범한 토스뱅크의 목표는 34.9%다. 토스뱅크는 전체대출의 28%가 중금리대출이 차지하고 있으나 출범 이후 열흘 만에 대출이 중단돼 현 수준으로 연말을 맞게 됐다. 

과거라면 고신용자 대출에 주력했을 시중은행 역시 중금리대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중금리대출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은행권의 경우 중금리대출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사실상 전무해 전용상품 출시와 사전공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은행권의 4등급 이하 신용대출 공급규모는 14조4000억원(평균금리 3.9~6.1% 수준)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 중금리대출로 집계되는 금액은 20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당국 평가다.

이에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관리에서 중·저신용층 중금리대출 공급액에 대한 일부 예외를 검토하고 중금리대출 실적을 경영실태평가(사회적 책임 이행실태) 반영, 은행별 자율적으로 연간 중금리대출 공급계획을 마련해 공개하고 분기별 공급실적 비교·공시(은행연합회) 등을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향후 중금리대출 관련 시중은행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중저신용자들은 고신용자에 비해 빚 상환 능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웠으나 금융당국이 높은 가계대출 증가율 속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고신용자 대상 대출만으로는 수익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차기 KB국민은행장으로 지명된 이재근 내정자도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금리대출 활성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내정자는 "가계대출은 보통 (연간) 7% 정도 성장했지만 내년은 4~5% 이하 성장으로 제한을 받는다"며 "이는 KB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은행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가계대출 성장을 제한하는 것은 우량고객들이고,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소득층고객에게는 한도가 열려 있는 만큼 성장기회로 탐색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활성화시키고자 가계대출 한도에서 배제시켜 준 만큼 신용평가모형(CSS)을 정교화해 선택적으로 해당 고객군을 어떻게 찾아내느냐가 은행 성과 차별화 요소"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이 내정자 언급 대로 표면적인 소득이나 신용등급은 낮지만 실제로는 은행 대출이 가능할 만큼 우량한 중신용자를 어떻게 찾아내느냐다. 이와 관련해 KB국민은행은 신용평가모델(CSS) 고도화를 통해 가계대출 범위를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중·저신용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저신용자라도 대출을 갚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해 대출실행과 상환이 이뤄질 경우 은행의 이자이익 확보 및 금융당국의 서민금융 정책에도 발을 맞출 수 있게된다.

여타 은행들도 동일한 맥락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신용평가모델 적용 대상을 개인사업자까지 확대하고 네이버파이낸셜과 제휴한 '스마트스토어사업자(SME) 대출' 상품에 반영했다. ​금융정보가 부족한 고객의 정교한 평가를 위해 BC카드사 가맹점 정보를 불러오는 등 대안정보를 적극 활용해 차주 범위를 한층 넓혔다. 


신한은행은 비정규 프리랜서들이 은행 대출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긱 워커'를 위해 긴급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신한 급여선지급 대출’를 출시했다. 다음주 중 선보일 O2O 음식주문 중개 플랫폼 '땡겨요'도 신용평가모형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가하면 하나은행은 입출금 통장 거래 내역을 활용한 빅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모형 개발을 완료했다. 하나은행이 10개월간 자체 개발한 이 모형은 빅데이터 기반 머신 러닝을 통해 사회초년생, 주부, 노년층 등 대출 사용 이력과 신용카드 활용 기록 등이 부족해 원활한 신용도 측정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소외계층 고객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를 통해 보다 정확한 신용평가가 가능해져 대출 실행 및 추가 한도 부여 등 금융서비스 제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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