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들어 한진칼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산업은행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가치가 회복 조짐을 보여서다. 주가 회복의 주역은 사모펀드다.
산은, 1년 전 참여한 5000억원 규모 한진칼 유상증자…한때 손실 1300억원 규모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지난 2020년 12월 22일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배정받은 주식은 총 706만2146주로 지분율은 10.58%다. 유증에 따른 신주 발행가격은 7만800원이다. 당시 한진칼의 주가가 7만~9만원을 오가며 형성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이렇게 등락을 반복하는 가장 큰 원인은 양 항공사의 통합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까지 결합심사를 마무리할 방침이었지만 아직 결과를 내놓고 있지 않다.
이 과정에서 애가 타는 곳은 산은이다. 유증에 참여해 받은 신주의 인수가격을 생각하면 손실이 크다. 4분기 최저점인 지난 11월 26일 종가 5만2100원을 대입하면 산은의 유증 참여에 따른 주식평가손실규모는 1320억원에 달한다.
12월부터 사모펀드 집중 매수 쏟아져…보호예수 해제 앞두고 호재
하지만 12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관의 집중투자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한진칼에 121억5381만원 규모의 사모펀드 자금이 유입됐다. 연기금도 74억4435만원 어치의 한진칼 주식을 순매수했다. 물량은 개인투자자들이 내놓았다. 개인은 268억6512만원 규모의 한진칼 주식을 이달 들어 매도했다.
사모펀드의 이같은 순매수는 이례적이다. 사모펀드는 그동안 한진칼의 주요 투자주체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한진칼의 주식을 이 정도로 사 모은 투자주체는 없었다. 지난 7일의 경우 사모펀드에서만 한진칼의 순매수가 27억원어치 나왔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은 규모다.
사모펀드의 매수가 집중되면서 한진칼의 주가도 회복세다. 지난 1일 5만3200원으로 시작한 한진칼의 주가는 14일 6만4300원으로 마감했다. 산은의 투자손실규모도 5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관건은 오는 22일이다. 이날 산은의 유증참여 물량에 대한 보호예수가 종료된다. 단순 투자목적으로 참여한 유증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규모 행오버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해당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은 열리게 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경영권 분쟁도 끝난 한진칼에 사모펀드의 자금이 이렇게 유입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원인은 모르지만 한진칼의 주가 상승 덕분에 산업은행의 투자손실 규모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