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상 전세 거래량은 늘었는데 시장에서는 한파가 찾아왔다고 아우성이다. 만기가 도래한 전세의 상당수가 재계약으로 이어졌고, 신규 전세계약은 가뭄에 콩 나듯 이뤄진 탓이다.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지역 간 이동이나 면적을 늘려 이사하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급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10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1만4454건으로 전월(1만2360건)보다 2000여 건 증가했다. 11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 신고건은 현재까지 9652건이다.
반면, 당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거래 침체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했던 부동산 중개업계는 실망하는 눈치다. 학군 수요가 사실상 실종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 임차인과 계약 만기가 거의 끝나가는 급전세 매물이 쌓일 정도로 전세수요는 급감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상황과 통계 수치 간에 괴리를 보이는 가장 큰 원인은 전세시장 전반에 걸쳐 신규 계약은 줄었는데 갱신 계약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지난해 7월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1억∼4억원 이상 급등하자 세입자들이 자연스럽게 재계약으로 눌러앉았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전·월세 가격 상승은 5% 이내로 제한된다.
갱신청구권을 쓰지 않더라도 집주인이 원하는 금액으로 올려주며 재계약을 하는 세입자가 많아졌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강화한 것도 신규 거래가 줄어든 요인 중 하나다. 전세 대출은 아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고 있지 않지만, 전세보증금 인상분에 대해서만 대출을 해주는 등 제약이 많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세 계약 10건 중 8~9건은 재계약이고, 신규 계약은 드문드문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작년과 올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의 전세 만기가 내년 7월 말 이후 도래하면 내년 중순 이후에는 신규 계약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서 과거 '사각지대'에 있던 계약들이 공개되면서 통계상 거래량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신고제 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 6월 이후 과태료 부과가 시행되면 그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그림자 거래'들이 더 많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는 수요층의 관망세가 심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전·월세 거래가 늘어난 것 같은 '착시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이슈까지 예정돼 있어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입주 감소나 정비 사업 활성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 신도시 개발, 세금 및 대출 완화 등 특정 이슈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