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코로나 재확산 와중에 기업인 대거 부른 靑

2021-12-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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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월 10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 보고회를 마친 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디지털 탄소 발자국에 대한 경각심 환기를 위해 흑백 영상으로 송출했던 당시 대통령의 탄소중립선언을 기억하며 탄소중립 선도 기업인들과 함께 촬영한 단체 사진을 흑백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산업·에너지 등 탄소중립 관련 기업인들과 대규모 간담회를 개최했다. 다만 국민들의 일상이 사실상 멈춘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인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된 '탄소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보고회'는 '탄소중립선언 1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살펴보고 기업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 시대를 열어가는 주역은 기업"이라며 탄소중립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장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 5개 경제단체장과 기업인 3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가 끝난 뒤 청와대는 참가 기업인들의 흑백 단체사진도 기자단에 공개했다. 앞서도 청와대는 탁현민 의전비서관의 제안에 따라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선언' 생중계를 흑백 영상으로 내보냈다. 탄소중립의 경각심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날 청와대는 당시 대통령의 탄소중립선언을 기억하기 위해 탄소중립 선도 기업인들과 함께 촬영한 단체사진을 흑백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과 탄소중립은 시급한 문제다. 또한 법령 등에 근거해 공공기관의 공적 업무 수행 및 기업의 경영활동에 필수적인 모임 및 행사는 인원 제한 없이 허용된다. 청와대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 등을 고려해 강화된 방역지침을 적용해 외부 참석자를 최소화한 가운데 회의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날 코로나19 환자는 사흘째 7000명대를 기록했다. 수도권 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은 90%를 육박했고, 재택치료자는 처음으로 2만명을 넘었다. 병상 대기 중인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구급차에서 호흡기를 꽂고 20시간을 대기한 환자도 생겼다. 또한 신종 변이인 오미크론 확진자는 전날 대비 3명 늘어나 총 63명을 기록했다. 방역대책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호소문을 통해 모임 자제를 통보하고 방역에 총력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대규모 간담회를 개최하고, 또 이를 나서서 홍보하는 일은 '국민적 공감대'를 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로 인해 탄소중립 등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환경 문제를 상대적으로 '한가한 논의'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이 아쉽다. 결국 정부의 '디테일' 부족 탓이다. 보도사진 한 장에도 정부의 메시지가 담기는 만큼, 정책 시급성을 세심하게 구분해 일관성 있는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지난 4년간 쓴 업무추진비는 총 267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총선을 6개월 앞두고는 업무추진비가 급증했다고 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소집령을 내리는 것처럼 오해되지 않으려면 코로나 확산 와중에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어색한 모양새는 다시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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