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대선이다] <긴급진단> "정부예산 절반이 의무지출인데 100조 폭탄...李·尹, 누가 돼도 '증세·긴축' 시대"

2021-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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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예결위원 및 경제 전문가 5인 인터뷰

여야 힘실은 '100조 지원'에 "포퓰리즘 전형"

"재원 마련 논의해봐야...100조원 그대로 빚"

"소상공인들 벼랑 끝 몰려...추경뿐 답 없어"

"증세한다면 목적세보다 부가세 인상 낫다"

"묻고 따블(더블)로 가." 내년 대선을 앞둔 여야가 돈 풀기 경쟁에 돌입했다. 판돈은 어느새 네 배가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조원(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예산)으로 시작한 여의도판 '쩐의 전쟁'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0조원 카드(소상공인 손실보상)를 꺼내며 몸집을 불렸다. 이에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까지 "100조원"을 외치며 등판해 그야말로 '누가 누가 많이 퍼주나' 경쟁판이 됐다.

민주당에서는 전날 송영길 당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관련 논의를 위한 양당 간 4자 회동을 제안하고, 김성환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대상에 영업 시간제한뿐 아니라 인원 제한도 추가하자는 내용의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날 민주당과의 회동을 거부해 100조원 지원 검토 향방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게 됐다. 

그럼에도 민주당 등이 소집을 요구한 임시국회에서 100조원 지원 방안이 급물살을 탈 경우 재정당국은 난데없는 '100조원 유탄'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607조7000억원)의 절반인 약 300조원이 축소 조정할 수 없는 의무지출이라는 점에서다. 결국 나머지 300조원가량 중 100조원을 소상공인 손실보상에 투입해야 할 판인데,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에서 벌써 연초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추경안 편성 등에 따른 재정 건전성 우려도 적지 않다. '신 3고(高)'를 형성한 물가​·금리​·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야가 목적세 신설과 부가가치세(부가세) 인상에 군불을 지피는 것과는 달리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을 통해 돈줄 조이기에 나섰다. 이에 본지는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각 1명과 경제 전문가 3명을 인터뷰하고 손실보상 100조원 지원 당위성과 추경 편성 현실 가능성 등을 물어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선發 100조원, 年예산 1/6···"포퓰리즘 극치"

전문가들은 100조원까지 판을 키운 여야 간 돈 뿌리기 경쟁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불쌍한 사람 도와주자'고 하면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100조원이니 50조원이니 이런 얘기하는 것 자체가 그냥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 정책에 의해 점포 문을 닫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에 대해 보상해줘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정당성이 있다. 문제는 여력이 되느냐는 것"이라면서 "돈 주는 것에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 100조원이면 내년도 예산의 6분의 1인데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고 거듭 반문했다.

정치권에서도 김 위원장이 띄운 소상공인 100조원 지원은 비현실적이라고 봤다.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표를 의식한 국민 기만 행위로 보인다. 피해액이 정말 100조원이면 모르겠는데 터무니 없다"며 "거물 정치인이 말할 때는 근거가 필요한데 앞뒤 상황을 보지 않고 '100조원' 이렇게 말하는 게 당위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도 "재원 마련은 깊이 논의를 해봐야 하는 문제"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여야가 100조원 지원에 합의할 경우 국가 채무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뒤따랐다. 벌써부터 제기되는 연초 추경안 편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대체적이었다.

권 의원은 우선 "기재부하고 어느 정도 협의를 해봐야 한다"며 "재원이 없다고 하면 빚을 내야 하니까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도 "결국 추경이나 증세밖에 없다"면서도 "100조원 추경은 말이 안 된다. (내년도 예산) 600조원도 부채가 이제 쌓이는데 추경을 하면 100조원도 그대로 (부채로) 쌓이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강 의원 또한 "그래서 내년 (예산에) 손실보상액과 지역사랑화폐 예산을 늘려 놓은 것"이라며 "(추경보다는 손실보상 관련) 70조원 예산이 편성됐으니, 손실보상 과정에서 정말 부족한 부분,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위해 시급성이 있으면 얼마든지 여야가 합의를 봐서 늘리면 된다"고 일축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제20대 대통령선거 D-90일인 9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밖에 답 없어···부가세 인상 필요"

일각에서는 손실보상 확대가 불가피하고 이를 위한 추경안 편성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100조원 지원 주장에 대해 "충분히 당위성이 있다고 본다"며 "코로나19가 당장 다음 달에 끝난다고 하면 추경안을 편성할 필요가 없겠지만, 하루 신규 확진자가 7000명씩 나오고 있다"고 피력했다.

권 의원도 "추경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당장 벼랑 끝에 몰려 있는데 두고만 볼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정치권의 돈 풀기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여야 모두 증세 방침을 시사한 데 대해서는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등 목적세 신설을 공약했고, 김 위원장은 전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예산·세제 개편 방침을 밝히며 부가가치세 등 인상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부가세 개편이 낫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조세 대상과 목적이 정해져 있는 목적세보다 조세 대상이 광범위한 부가세 인상에 저항이 클 수 있다"면서도 "누구한테 부과될지 모르는 복잡한 세금은 좋지 않다는 점에서 목적세 도입보다 부가세 인상이 낫다"고 했다.

강 교수도 "부가세는 학자들 사이에 꾸준히 얘기되고 있다"며 "국내 부과 기준 10%가 20%인 유럽 등과 비교해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결국은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권에서도 증세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고 봤다. 권 의원은 "경제 상황이 많이 어려운데 세금을 더 걷으면 (국민이) 힘이 드니까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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