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3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규제 속에 주택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줄면서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나던 대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반면 기업대출과 2금융권 대출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규모는 1060조9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조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증가 폭은 전월(5조2000억원)과 비교해 2조2000억원 축소된 것으로, 공모주 청약증거금 반환의 영향으로 대출 감소세를 나타냈던 지난 5월(-1조6000억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항목별로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776조9000억원으로, 그 증가 폭이 전월 대비 절반(4조7000억원→2조4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2018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세대출(2조원 ↑)은 전월(2조2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 측은 "주담대는 주택거래 자금 수요 둔화와 집단대출 취급 감소 등으로 증가 규모가 축소됐다"며 "연말까지는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대출 규모도 전월과 비슷한 증가 폭(5000억원)을 유지하며 28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기타대출의 경우 은행권이 연소득 한도 내에서 신용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서고 있는 데다 최근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낮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이 주춤한 반면 기업대출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11월 중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068조4000억원으로 한 달 새 9조1000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전월 상승 폭(10조3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1월 증가액 기준으로 보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치다.
항목별로는 대기업대출 증가액이 2조8000억원으로 전월(2조3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더 커졌다. 대기업대출 증가 폭 역시 사상 최대치다. 중소기업대출의 경우 전월 8조원에서 6조4000억원으로 증가 폭이 한풀 꺾였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개인사업자대출 규모도 전월 대비 증가(2조6000억원→2조7000억원)했다.
박 차장은 "기업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중소기업대출은 가계대출 관리에 따른 풍선효과 때문이라기보다는 법인대출 확대 영향으로 보고 있다"며 "코로나19 금융 지원이 계속되고 있고 일부 업종에서는 시설자금 수요 등이 계속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험,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대출 또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날 금융당국에 따르면 11월 중 2금융 대출 증가 폭은 전월(1조원) 대비 큰 폭 증가한 2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누적(1~11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 또한 35조원대로 지난해 같은기간(9조4000억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2금융권 중 11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새마을금고(상호금융)로, 2금융 전체 증가액의 절반 이상(1조4600억원)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