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Q, 1000억 전환사채 유증 한방으로 리픽싱…'꼼수' 논란

2021-12-0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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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그룹에서 인수 후 8차례 걸쳐 CB 발행

'전환가 상향' 의무화 적용 직전 50억 기습유증

모든 CB 전환가 낮아져 주주들 주가희석 불만

1000억 자금조달 뚜렸한 투자성과 못내 지적도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집계]

코스피 상장사 iHQ(상장명:아이에이치큐)가 올해 8차례 발행한 총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전부의 전환가액을 리픽싱 조항을 통해 한 번에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관련 내용을 공시하지는 않았다. iHQ는 내년 2월까지는 이 사실을 밝힐 필요가 없다. 

올해 12월부터 주가 상승 시 전환사채 전환가액 상향이 의무화됐지만, iHQ의 전환사채는 모두 그 전에 공시해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시총의 절반에 가까운 전환사채 물량이 대기 중이어서 지분가치가 크게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예정된 전환가격이 현 주가보다 낮다는 점에서 전환사채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이지만 일반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부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H미디어, iHQ 인수하고 CB만 8차례 발행
iHQ는 전환사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곳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전환사채 발행이 없었다. 하지만 iHQ는 지난 2월 KH미디어에 인수된 뒤 8년 만에 전환사채를 대거 찍어내기 시작했다.

전환사채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담긴 사채다. 전환사채 투자자 입장에서 전환가액이 주가보다 낮다면 주식으로 전환하는 게 이익인 경우가 많다.

iHQ는 먼저 지난 3월 에스에스2호 조합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제3회 무보증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한다. 전환가액은 1599원이다.

이어 5월 21일에는 에이치제이디인베스트를 상대로 10억원의 전환사채(제4회·전환가액 1608원)를 발행하고, 같은 날 김성재 피팝코리아 대표를 상대로 22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제5회·1608원)도 발행했다.

이어 6월 14일에는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500억원 규모의 제6회 전환사채를 발행한다. 전환가액은 1609원이다. 같은 달 30일에는 대주주 KH미디어를 상대로 6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제7회·1627원)를 발행했다.

8월 3일에는 정재연 페이지원필름 대표를 상대로 1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제8회·1627원)를 발행한 뒤 11일에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써니전자를 상대로 총 18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제9회·1542원)를 발행한다.

마지막은 지난 11월 30일이다. 아이오케이를 상대로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제10회·1701원)를 발행했다. 이날은 리픽싱 강제 상향 규정이 없는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1000억 규모 전환사채, 50억 유증으로 한방에 '리픽싱'
하루 뒤인 12월 1일 iHQ는 대주주 KH미디어를 상대로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다.

유증 목적은 타법인 증권을 취득하기 위해서고 신주 359만7123주가 상장될 예정이다. 이는 현재 발행주식 대비 2.45% 수준이다. 

iHQ는 유증에 따른 신주를 1주당 1390원에 발행할 예정이다. 최근 iHQ의 주가는 1400~1500원대에서 형성되는 중이다. 여기에 기준주가에 대한 할인율 10%를 적용해 산출했다.

이 유증이 중요한 이유는 기존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이 모두 이번 유증의 신주 발행가격으로 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제3~10회차 전환사채는 모두 '전환청구를 하기 전에 전환가액이나 시가보다 낮은 발행가액으로 유상증자를 하면 그 발행가액을 전환가액으로 한다'는 리픽싱 조항을 담았다.

iHQ의 제3~10회차 전환사채의 회차별 잔액을 감안한 평균 전환가액은 1602원이다. 리픽싱 조항에 따라 해당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을 모두 이번 유증의 신주 발행가격인 1390원으로 낮추게 된다.

하지만 이 내용은 아직 공시대상이 아니다. 전환가액 변경 공시는 차질없이 유증이 이뤄진 뒤 신주가 발행될 때 하면 된다. 예정일은 오는 2022년 2월 16일이다.
 
규정상 문제 없다지만…기존 주주 지분 35% 희석 예정
전환가액 1700원대에 전환사채를 발행한 뒤 하루 만에 신주 발행가격 1300원대 유증을 결정했지만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전환가액은 결의일을 기준으로 1주, 1개월 등의 기간을 정해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계산해 '높은' 가액을 기준주가로 결정한다. 반면 유증에 따른 신주발행가격은 각 기간별 가중산술평균주가 중 '낮은' 가액을 기준으로 하고 여기에 할인율까지 적용해 산정한다.

제10회차 전환사채 발행이 결정된 11월 30일의 직전 거래일(11월 29일) iHQ 종가는 1530원이고, 유증이 결정된 12월 1일의 직전 거래일(11월 30일) 종가는 1480원이다. 양일간 주가 차이는 단 50원이지만 전환가액과 신주 발행가격 차이가 311원으로 벌어진 것은 이런 이유다.

규정상 문제는 없지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온다. iHQ는 이미 전환사채가 급격히 늘면서 재무제표상 부채가 급증하고 주가도 지지부진한데 전환가액까지 하향되면 향후 지분가치 희석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전환사채가 전환가액 1390원에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iHQ의 발행주식수는 지금보다 약 35% 늘어나고, 그만큼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된다.
 
재무구조 '악화일로' iHQ, 무책임한 전환사채에 부담가중
게다가 iHQ는 경영권이 바뀐 뒤 재무구조가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iHQ의 개별재무제표 기준 부채총계는 총 266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전환사채가 늘면서 3분기 기준 1262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부채 대부분은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다.

지난해에는 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하는 자본조달비율(순차입금/(순차입금+자기자본))을 계산할 때 순차입금이 부의 금액(-)이라 자본조달비율을 산정 안했지만, 지금은 자본조달비율이 43.3%로 늘어났다. 차입금으로 자산을 조성하다 보니 매출을 일으켜 돈을 벌더라도 이자로 나가는 돈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전환사채를 통해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성했다지만 뚜렷한 투자성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올해 iHQ는 메가폰엔터테인먼트와 피팝코리아, 페이지원 등 소규모 M&A를 진행했다. 하지만 인수대금 대부분은 현금이 아니라 iHQ의 전환사채(제4·5·8회)로 지급한 상황이다.

지난 6월 iHQ는 계열사로 iHQ리츠를 설립하고 서울 신사동에 빌딩 두 채를 711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iHQ리츠는 이 빌딩을 오는 31일 초록뱀컴퍼니에 매각할 예정이다. 초록뱀컴퍼니는 W홀딩컴퍼니의 계열사로 iHQ의 제10회 전환사채를 인수한 아이오케이컴퍼니와 지난해까지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iHQ의 대주주 KH미디어가 너무 많은 전환사채를 발행해 회사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iHQ 대주주인 KH미디어는 지난 2월 인수 당시에는 지분율이 50.49%였지만 지난 3분기 기준 25.28%로 줄었다. 지분은 대부분 장외시장에서 매도했다. KH미디어는 iHQ의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만 이로 인해 늘어나는 지분율은 지금의 3%도 안된다.

지난 3분기 기준 KH미디어가 보유한 iHQ 주식은 3696만주에 불과하다. 이미 발행된 전환사채는 각 전환가 기준 6785만주 규모다. 전환가액이 낮아지면 7820만주로 늘어난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iHQ가 대주주 지분의 두 배 가까운 전환사채 발행까지 필요한 만큼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실적은 악화되고 기존 주주의 수익률도 떨어지는데 전환사채 투자자만 배를 불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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