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장동현 SK㈜ 부회장, 투자전문사 정체성 재확립 순항

2021-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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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는 그 기업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 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토마스 제이 왓슨 전 IBM 회장이 남긴 말이다. 기업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역할이다. 이는 곧, 기업(Company)은 리더(Chief)의 역량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주경제는 기업(Company)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C(Chief : CEO or CFO or CTO)에 대해 조명해보려 한다.<편집자 주>
 
SK그룹이 미래 먹거리 투자에 힘을 싣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그중 투자전문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SK㈜의 장동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이 눈에 띈다.

장 부회장은 첨단소재·그린(친환경)·디지털·바이오 등 4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투자와 글로벌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투자전문회사로서 SK㈜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SK그룹은 2022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해당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는 SK그룹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라 각 계열사가 독자적·개별적으로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개별 인사 중에서는 장 부회장의 승진이 가장 눈에 띄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써 SK그룹의 지주사인 SK㈜를 이끄는 장 부회장이 부회장단에 입성하는 데 성공한 까닭이다.

1963년생인 장 부회장은 1991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에 입사한 뒤에 주로 SK텔레콤에 머물며 재무·전략·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SK텔레콤 사장을 지냈으며 2017년 SK㈜ 사장직을 맡았다.

장 부회장은 지난 2017년 SK㈜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회사를 '투자형 지주회사'로 발돋움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룹 지배구조 차원에서 단순히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주회사의 역할을 넘어, 전문투자기관처럼 성장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고 그 이익을 배당 등을 통해 주주와 나누겠다는 의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올해다. 올해 3월 장 부회장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투자자 간담회'에 직접 출연해 회사의 미래 혁신 성장 전략을 공유했다.

SK㈜가 올해 첨단소재·바이오·그린·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전문회사로서 혁신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또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의 전문가치투자자로 진화하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공개했다.

실제 SK㈜는 이달 초 SK머티리얼즈 지주사업(투자)부문과 합병을 단행했다. SK머티리얼즈가 자체적으로 수행하던 투자부문까지 SK㈜와 합쳐, 첨단소재부문 컨트롤타워를 완전히 일원화하기 위해서다. 첨단소재분야 투자의 전문성과 규모를 더욱 키우고 의사결정 과정도 신속하고 명확하게 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SK㈜가 꼽은 4대 핵심 사업은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기술 개발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영역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글로벌 각국에서 새로운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 경쟁도 치열하다.

장 부회장은 4대 핵심사업 분야에서 투자형 지주회사의 역할과 가치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실제 SK㈜는 올해 초부터 신속하게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4대 핵심 산업에 대한 전방위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다.

SK㈜는 연초부터 계열사 SK E&S와 손잡고 각각 8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플러그파워(Plug Power)의 지분 9.9%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플러그파워는 차량용 연료전지(PEMFC)와 수전해(물에 전력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핵심 설비인 전해조, 액화수소 플랜트 및 수소 충전소 건설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3월에는 프랑스 유전자·세포 치료제 위탁생산기업(CMO)인 '이포스케시'를 인수했다. 동시에 중국 지리자동차그룹과 '뉴모빌리티 펀드' 조성에 참여해 3000만 달러(약 350억원)를 출자하기도 했다.

4월에는 4600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마산그룹 산하의 '빈커머스' 지분 16.3%를 사들였다. 빈커머스는 베트남에서 2300여개 편의점 및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으며, 소매시장 내 점유율이 50%에 달하는 유통 1위 기업이다. 베트남에서 편의점, 슈퍼마켓 등 현대식 유통시장은 연 25% 이상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5월에는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사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에 400억원을 추가 투자해 3대 주주 자리를 굳혔다. 솔리드에너지시스템은 차세대 음극 신소재로 꼽히는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 기술을 축적한 기업이다.

6월에는 글로벌 최초 청록수소 생산기업 모놀리스에 지분 투자를 마무리했다. 모놀리스가 생산한 청록수소는 메탄(CH4)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고온 반응기(reactor)에 주입해 수소(H₂)와 고체탄소(C)로 분해해 생산된 수소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블루(Blue)·그린(Green)수소와 함께 친환경 청정 수소로 분류된다.

7월 초에는 일본 친환경 소재기업 TBM에 1400억원을 투자했다. TBM은 플라스틱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 '라이멕스(LIMEX)'를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7월 말에는 중국 조이비오그룹(Joyvio Group)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세계 최대 식품 시장인 중국에 선제적으로 진출했다. SK와 조이비오그룹은 약 1000억원 규모의 중국 대체식품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식물성 대체 고기(Plant-based Meat), 발효 단백질(Fermentation) 등 대체 단백질 생산 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9월에는 기존에 인수한 말레이시아 차량 공유 1위 사업자인 '쏘카 말레이시아'가 총 5500만 달러(약 6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힘쓰기도 했다.

쏘카 말레이시아는 한국형 차량 공유 사업의 첫 해외 진출 모델이다. 2017년 SK와 쏘카의 합작법인으로 설립돼 2018년 1월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SK㈜는 지난해 쏘카 지분을 추가 인수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투자 유치로 SK㈜는 쏘카 말레이시아를 말레이시아 1위 차량 공유 기업을 넘어 동남아의 주요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동남아 선도 모빌리티 플랫폼 회사로 성장시킨다는 포부다.

10월부터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문(현재 SK온) 분사와 SK머티리얼즈 합병 등으로 굵직한 투자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까지 거의 모든 달 리듬감 있게 투자를 집행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장 부회장이 이번 승진으로 그룹 내에서 입지가 강화된 만큼 SK㈜의 발걸음도 더욱 빠르고 과감해질 것"이라며 "파이낸셜 스토리에서 약속한 2025년 시가총액 140조원을 달성하기 위해 장 부회장이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장동현 SK㈜ 부회장 [사진=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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