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팅(waiting)’하셔야 해요. 좀 오래 기다리셔야 해요.”
지난 3일 오후 10시께 서울 영등포구의 한 수제 맥줏집. 40여 개 테이블에 손님이 꽉 들어찼다. 이 가게로부터 안내받은 대기 손님은 총 6팀. 좌우로 1m, 앞뒤로 2m가량 간격을 둔 테이블에 앉은 손님 대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가게 밖에서 가게에 입성하기를 기다리다 입성한 손님들도 자리에 앉자 마자 마스크를 벗고 담소를 나누기에 바빴다. 이날 일행 2명과 함께 맥줏집을 찾은 직장인 성모씨(31)는 “오미크론이 치명율이 낮다는 기사를 보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코로나19에 무뎌진 것도 같다”고 말했다.
지난 3~4일 오후부터 밤까지 기자들이 찾은 홍대, 영등포, 동대문 등 이른바 서울의 ‘핫플레이스’라 불리는 곳들은 오미크론 확산 소식이 무색할 정도로 활기에 가득 차 있었다. 시민들은 주말과 연말의 분위기에 젖어 백화점, 영화관, 식당 등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코로나19 이전처럼 사람이 넘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유행으로 사람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쇼핑몰에 입점한 영화관도 인산인해였다. 이날 한 영화관의 잔여석은 총 600석 중 10석이 채 되지 않았다. 영화관 한쪽에 마련된 계단식 휴식 공간에는 2~3명씩 모여 담소를 나눴다. 협소한 자리 탓인지 시민들은 위아래로 한 칸씩 건너 앉았고 이들의 간격은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일명 ‘연리단길’이라 불리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8시께 연리단길에 위치한 각종 레스토랑과 술집에는 연말 모임을 하려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기자가 찾은 한 루프톱 레스토랑은 예약 손님이 아니면 출입조차 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발길을 돌려 식당 밖으로 나서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식당 밖에는 두세 곳 건너 대기 줄이 늘어섰다. 차로가 하나뿐인 거리에는 자동차가 선뜻 들어서기 어려울 만큼 길거리를 오가는 인파로 빼곡했다.
연리단길의 한 레스토랑을 찾은 대학원생 김모씨(29)는 “대학 동기 5명과 함께 송년회를 하러 왔다”면서 “코로나19가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2년여 동안 계속되고 있는 ‘코시국’ 속에서 마냥 집에만 갇혀 있기 답답해 모임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자정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시민들은 쉬이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이날 오후 11시 30분께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인근에서 열린 한 야시장에는 늦은 시간에도 시장을 구경하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노란 천막 수십 개에는 손님이 비어 있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천막 안 공간이 협소해 손님들은 한 자리에 몰려 옷, 시계, 지갑 등을 둘러봤다. 흡사 만원 지하철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턱스크(마스크를 턱까지만 착용하는 것)’를 하고 쇼핑을 하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야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40대 남성은 “최근 골프복을 들이며 손님이 많이 늘었다”며 “최근 날씨가 꽤 추워져 사람이 조금 줄긴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