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실패한 공수처의 ‘손준성 구속 작전’
지난 3일 자정 무렵 서울중앙지법(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도 충분하지 않다”며 영장기각의 이유를 밝혔다. 공수처에서 입증에 주력한 손 검사의 혐의조차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은 만큼 당시 검찰 윗선으로 수사망을 넓혀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공수처는 이번 영장에 ‘성명불상’으로 작성했던 고발장 전달자를 특정하는 등 지난번 청구한 영장보다 범죄 경로와 혐의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혐의를 뒷받침할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또다시 법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검찰과 공수처의 싸움에서 사실상 정무적 판단으로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에 공수처가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당시 검찰 지휘라인의 정점에 있었던 윤 후보를 향한 수사로 나아가지 못한 채 검찰의 ‘꼬리 자르기’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다음 수사, ‘판사사찰 문건 의혹’ 수사는?
손 검사에서 윤 후보로 수사를 진전시키지 못하게 되면서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 수사에도 방해물이 생겼다. 앞서 법조계에서는 ‘고발사주’와 ‘판사사찰 문건’ 의혹은 한 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해 초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판사사찰문건, 고발사주의 고발장, 윤 후보의 장모대응문건까지 모두 손 검사가 있었던 검찰 수사정보담당관실에서 작성된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다.따라서 공수처가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한다면 다음 수사 대상은 당시 검찰 직속상관이었던 윤 후보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현재 윤 후보와 관련된 사건은 △‘고발사주 의혹’부터 △‘판사 사찰 문건 의혹’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사건 감찰 및 수사방해’ △‘장모문건 작성 의혹’까지 총 네 개다. 특히 고발사주, 판사 사찰 문건 의혹, 장모문건 세 가지 의혹에는 손 검사가 모두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손 검사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후 공수처 수사의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하지만 공수처는 첫 단추였던 ‘고발 사주 의혹’ 수사부터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윗선에 대한 수사는 물론 이후 수사를 이어나가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은 직접적인 증거가 있고 1심 판결이지만 법원의 판단까지 나온 상황이라 한결 수사가 수월하다. 지난해 12월 윤 후보의 징계의결서를 보면 증인이었던 손 검사는 자신이 대검찰청 수정관실 문건을 작성하는 책임자였고 이를 윤석열에 보고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있다. 징계의결서에 나와 있는 손 검사의 명확한 진술과 ‘손준성 보냄’이라는 증거가 있어 공수처가 직속상관이었던 윤 후보를 직접 소환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내년 1월 초 이전에 소환하는 것이 좋다. 대선 60일 이후에는 대통령 후보 등록이 이뤄지기 때문에 직접 소환조사하는데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 측에 오는 6일 오전 10시에 피의자 조사를 위해 출석해달라는 통보를 보냈다. 하지만 손 검사 측은 또다시 조사 일정을 다시 조정해달라는 답변을 보냈다. 앞서 공수처는 손 검사 측에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19일 또는 20일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손 검사의 요청으로 11월 26일 또는 27일로 연기한 바 있다. 손 검사의 소환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어떤 방식으로 지시했는지, 윤 전 총장이 지시한 일을 누구에게 시켰는지, 또 어떤 경로로 작성된 문건을 윤 전 총장에게 보고됐는지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