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보원 삼흥열처리 회장[사진 = 현상철 기자]
“기업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
지난 17일 경남 밀양 사포산단 내 삼흥열처리 본사에서 만난 주보원 회장은 “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이 잘 돼야 고용이 늘고, 고용이 늘면 국가경제도 좋아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크고 작은 부품의 물리적 성질을 아예 바꿀 수 있다보니, 열처리 공정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주 회장은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의 품질은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며 “단가도 미국‧독일‧일본 등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삼흥열처리는 유일한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이기도 하다. 해외에서는 GM, 폭스바겐, 벤츠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주 회장이 처음부터 열처리 업계에 뛰어든 건 아니다. 기아자동차 계열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주 회장은 당시 열처리 공정을 알게 됐고, 관련 회사로 이직을 선택해 4년여간 영업을 하며 현장경험을 쌓았다. 이후 1985년 창업해 지금에 이르렀다. 36년간 회사를 이끌며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2년 산사태로 김해공장이 무너져 회사 문을 닫을 위기를 겪었다. 주 회장은 “당시 국내 열처리 공정을 담당할 업체가 없어 국내 완성차 생산라인이 사실상 멈췄다”며 “4개월 만에 공장을 다시 짓고 정상화에 나서 완성차 생산라인이 다시 가동됐다”고 회상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최고 수준의 열처리 업체로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주 회장은 최근 현장에서 뿌리산업이 겪는 어려움이 적잖다고 호소했다. 삼흥열처리는 핵심 단조품 1500여종을 열처리하고 하루 생산량이 550t에 이르다 보니, 모든 공정에 사용하는 전기량이 엄청나다. 한달에 내는 전기요금만 6억5000만원 정도다. 전기요금이 원가의 33%를 차지한다. 최근 전기요금을 산정할 때 국제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는 연료비연동제가 도입되면서 근심이 커졌다. 주 회장은 “뿌리산업만이라도 산업용 전기요금제를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다.
주52시간제 영향도 크다. 지금까지 현장직에 하루 2교대로 40명씩 총 80명이 투입됐다.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40명을 추가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뿌리산업 현장직에 근무하려는 인력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결국 80명의 인력을 3교대로 나눠야만 했다. 부족한 인력은 일용직 외국인 근로자를 타지에서 매일 데려와 겨우 채우고 있다. 주 회장은 “정부에서 좋은 취지로 만들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사람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며 “뿌리산업에 취업하려는 사람은 1년에 한명 있을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국내 기업이 해외로 나가지 않게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정부에서 기업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