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ATM기로 전락한 국민, 조세원칙 합의 마련할 때

2021-11-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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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차량 속도제한 과태료 인상, 종합부동산세, 대주주 양도세 부과 등등. 세금 인상이 도가 지나치다. 월급은 그대론데 내야 할 세금은 배로 늘었다. 무엇보다도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부 여당의 '만사세통(만사가 세금으로 통한다)'식의 태도가 짜증난다."

최근 지인들을 만나면 나오는 얘기다. 주부, 직장인, 전문직 등 관심분야는 다르지만 만나는 이들마다 정부가 세금 걷기에 혈안이 돼있다고 토로한다. 제 자리인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불려보기 위해 뛰어다닐수록 보상은커녕 더 많이 세금을 뜯기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내 시간과 노력을 통해 벌어들인 부의 대가를 국가가 강탈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어떤 이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의 필연적 결과라고 말한다.

3040세대의 가장 큰 불만은 '12월의 공포'로 불리는 종부세다. 정부가 1가구 1주택 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렸지만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과세 기준 상향 효과를 체감하는 납세자들은 많지 않다. 종부세를 결정하는 공시지가, 공정시장가액 비율, 종부세율이 모두 상향 조정돼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체 인구의 98%가 종부세 부담을 지지 않는데 왜 유난이냐"는 식의 정부 태도에 항의한다. 한 지인은 "안내도 될 세금을 억지로 만들어 놓고 '10억이 넘는 집에 살면서 연 30만원 세금이 많냐'고 말하는 태도에 분노가 치민다"면서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낸다는 논리에는 동의하지만 마치 국민을 ATM 취급하는 행태가 괘씸하다"고 말했다.

대주주 양도세 부과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내년부터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고자 했지만 반발이 거세지자 일단 후퇴했다. 대주주로 분류된 개인투자자는 내년 4월 이후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 양도세 22~33%(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를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투자자는 내년 4월부터 매도차익의 약 3분의1을 부담해야 하는데 수익이 4억원인 경우 양도세는 약 1억원이 된다. 

정부가 각종 세금을 인상하는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용 지출 탓이 크다.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자영업자 위로금, 청소년 지원금 등 각종 지출이 크게 늘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둔 내년에도 이같은 증세 기조는 유지된다.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8.3% 늘어난 604조4000억원 규모다. 본예산이 6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정부의 세금 청구서가 도를 지나쳤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국민들의 조세저항 운동도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시민연대)는 종부세 위헌심판 청구를 예고했다. 시민연대는 종부세와 관련해 내년 1월 중순까지 위헌청구 신청자를 모집한 후 2월 조세불복 심판청구를 하고, 이후 행정소송과 위헌청구 등의 단계로 진행할 예정이다.

종부세 위헌 움직임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더 갖기 위함이 아닌, 삶의 절박함이라는 측면에서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불필요한 갈등은 사회의 암이다. 지금이라도 조세원칙에 대한 공정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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