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약품이 약 5000억원 규모의 백혈병 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대규모 계약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일부 주주들이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 앱토스 바이오사이언시스와 급성골수성 백혈병(AML) 치료제 후보물질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한미약품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총 4억2000만 달러(약 4961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한미약품의 연매출 대비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꾸준히 한미약품에 투자해온 투자자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제약회사 기술수출 계약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은 148억원 규모의 계약금(Upfront)과 4813억원 규모의 마일스톤(Milestone)이로 이뤄졌다. 여기에 추가로 향후 제품화 이후 매출에 다른 경상기술료(Royalty)가 추가된다.
계약금은 현금 약 60억원과 70억원 규모의 앱토스 바이오사이언시스 주식(나스닥)으로 이뤄졌다. 한미약품이 이번 계약을 통해 확실하게 챙기는 '현금'은 60억원에 불과한 셈이다. 마일스톤은 해당 기술로 만드는 약품의 임상 결과에 따라 단계별로 받게된다. 만약 임상에 실패하면 받을 수 없는 돈이다. 당연히 향후 경상기술료도 날아간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과거 다수의 글로벌제약사와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지만 당시 알려진 금액을 모두 받은 사례는 드물다. 계약이 체결되고 임상 실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제약사 기술이전 계약 금액의 '거품'에 대한 학습효과가 제약주에 오랫동안 투자해온 투자자들에게 이뤄졌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투자자들은 해당 제약사의 호재성 보도자료만 접하고 오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최근 큐라클이 대표적인 사례다. 큐라클은 지난 7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다. 매출 없이 연구개발에 자금을 투입하는 곳이다.
큐라클은 지난 10월 초부터 주가가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3만원 초반대던 주가가 4만5000원을 넘봤다. 이유는 곧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월 26일 큐라클은 유럽의 안과 전문기업과 황반변성 치료제 관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큐라클 측은 해당 계약으로 회사가 지급받을 금액은 약 2조3000억원 규모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술수출 계약 '공시'를 확인한 결과 큐라클이 실제로 확실하게 받을 금액은 70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2조2030억원은 임상 성공과 향후 제품화에 따른 경상기술료까지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이를 확인하고 실망감에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현재 큐라클은 7월 공모가 수준인 2만5000원선까지 폭락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 19 이후 제약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한미약품과 큐라클, 대웅제약, 카이노스메드 등 많은 제약사들이 기술수출 계약 공시를 하고 있다"며 "언론 보도 등에는 알려진 금액과 실제 해당 회사가 기술 수출로 받게 되는 금액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으니 관련 공시를 면밀히 살피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