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법칙이 바뀌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책임(CSR)을 넘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로 향해야 한다는 법칙이다. 사회에 대한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 수준이 아닌 더욱더 적극적으로 사회를 변혁하자(ESG)는 것이다. 그래야 다 같이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시민 의식으로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ESG는 이미 각국 정부나 국제연합(UN)에서 강조해오긴 했지만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목소리로 최근 뜨거운 이슈로 부각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블랙록은 2021년 9월 말 기준으로 약 512조원 규모의 지속가능 투자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추가로 약 700조원을 ESG 상품 자금으로 운용 중이다. 국내에서 환경(Environment)을 뜻하는 E는 그나마 구체적으로 틀을 잡아가고 있다. 다른 것은 어떨까.
미국에서 지난 6월 하원에서 통과한 ESG 공시 단순화법(ESG Disclosure Simplification Act of 2021)은 '지배구조 향상과 투자자 보호'라는 목적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내부자거래 규제와 회사 기회 유용금지 법리로 일감 몰아주기 같은 불공정 관행을 막고, 내부통제체계도 적절히 수립해 건강한 G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최근 말이 많았던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이나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로 언급된 내부통제체계 부재를 보면 미국 케어마크 사건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것이 크다.
미국 의료회사인 케어마크 주주들은 회사 이사들이 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이사들이 경영판단의 원칙과 주의·감시·신인의무를 기준에 따라 지켰다며 주주 패소 판결을 내렸다. 회사에 내부통제체계가 잘 마련·운영되고 있다면 임직원 잘못으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더라도 이사진은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가치 기준이 크게 바뀌었다. 기업은 이같은 G는 기본이고, 사회(Social)를 일컫는 S로도 승부를 봐야 하는 시대다. 기업도 생물이라 시대에 따라 진화해야 살아갈 수 있다. 자본시장 즉 금융산업이 국가 근간이 된 시대에 기업 존재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이냐는 '이해관계자' 범주를 어디까지 잡느냐 와도 일맥상통한다.
최근 글로벌 기업은 직원·고객·투자자·파트너·협력회사·지역사회를 이해관계자에 포함해 상생협력의 경영가치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도 이해관계자와 관련해 다양성·공정성·형평성·포용성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같은 운동이 이런 차원의 요구다.
유럽연합(EU)이 내놓은 기업 대상 인권실사도 기업 이해관계자 범주를 확대하자는 차원이다. 우리나라가 마련한 여성이사할당제나 중견회사와 가맹점주 간 상생협력도 같은 차원으로 보인다. 이제 기업은 인권경영도 함께 해나가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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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미국 듀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기업가정신 전공·워싱턴대 로스쿨 미국법 전공, 전 국회 정무위원장실 총괄 정책비서관, 법무법인 로고스 수석전문위원(미국법·금융·M&A·부동산·입법자문·ESG 부문),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