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암울한 경제 성장경로,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때

2021-1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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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잠재성장률 0.8% 전망과 대응



 

[김용하 교수]



우리나라의 2030-60년 기간 중 1인당 잠재성장률 평균이 0.8%가 된다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보고서(지난 10월 발표)가 충격을 던져준 것은 성장률이 크게 낮다는 점도 있지만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1.2%로 평균수준 이상이고 일본은 1.1%, 미국 스웨덴은 1.0%, 독일 영국은 0.9%로 평균보다 낮았다. 신흥개도국인 중국 2.1%, 인도 2.8%로 OECD 평균(1.1%)보다 크게 높았다.

반면에 2020-30년 기간 중 우리나라 1인당 잠재성장률은 1.9%로 OECD 평균 1.3%보다 높다. 동 기간 중 미국(1.2%) 스웨덴(1.1%) 일본(1.0%) 프랑스(0.9%) 독일(0.8%) 영국(0.8%) 이탈리아(0.7%) 순으로 모두 평균보다 낮았다. 중국(4.2%) 인도(4.8%)는 이 기간 중에도 높았고, 우리나라는 폴란드(2.4%)나 터키(3.1%) 같은 국가보다는 낮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로 전망된다.

2020-30년 기간과 2030-60년 기간이 이렇게 다른 결과를 보인 것은 주로 저출산과 고령화와 같은 인구문제에 기인한다. 203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급격한 노인인구 비율 증가와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인구가 감소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1인당 잠재성장률이 0.8%라 하지만 경제성장률은 그보다 훨씬 낮고, 또한 성장률의 하향 경향을 감안하면, 2050년 후반에는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 보고서가 그리는 미래의 암담한 한국 모습은 씁쓸하기는 하지만, 성장전망은 전망일 뿐 우리가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급하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번 OECD 보고서는 제목 (THE LONG GAME: FISCAL OUTLOOKS TO 2060 UNDERLINE NEED FOR STRUCTURAL REFORM)이 보여 주듯이 OECD 국가들에 대한 2060년까지의 경제 및 재정전망과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각국 구조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OECD는 장기 경제전망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장기적 저성장을 나타내는 경제전망 결과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마치 그동안은 좋은 전망이 있다가 갑자기 나쁜 전망으로 바뀐 것이 아니다. 이 보고서가 가지는 의미는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경제적 측면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석하여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OECD 보고서는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노동효율성, 노동자1인당자본, 잠재적고용률, 생산인구비중 등 넷으로 가정하고 있다. 이들 요소의 변화가 잠재성장률 변화를 만든다고 볼 때, 이들 변수를 개선하면 잠재성장률도 높일 수 있다. 요소별로 보면, 노동효율성은 2007-20년 기간 중 1.2%였으나, 2020-30년 기간 중 0.9%로 하락한 이후 2030-60년 기간 중에는 1.0%로 미소하게 높아진다. 노동자1인당자본은 2007-20년 기간 중 0.9%가 2020-30년 기간 중에도 0.9%로 동일하나, 2030-60년 기간 중에는 0.4%로 급격히 낮아진다. 잠재적 고용률은 2007-20년 기간 중 0.5%였으나, 2020-30년 기간 중 0.3%로 하락한 이후 2030-60년 기간 중에는 0.1%로 낮아진다. 생산인구비중은 2007-20년 기간 중 0.2%였으나, 2020-30년 기간 중 –0.2%로 하락한 이후 2030-60년 기간 중에는 –0.7%로 크게 낮아진다.

2020-30년 기간과 2030-60년 기간을 요소별로 비교하여 보면, 노동효율성을 제외한 모든 요소들이 급격하게 악화됨을 알 수 있다. 생산인구비중 감소는 어찌할 수 없고, 잠재적고용률 역시 꾸준히 높인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에 이르면 한계가 있다. 그러나 노동자1인당 자본은 충분히 조정가능 요소인데 2030-60년 기간 중 급격히 감소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구변수를 제외하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안은 노동효율성과 노동자1인당자본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OECD 보고서는 노동효율성은 교육, 법치, 소득불평등 완화, 관세율 인하, 물가안정, R&D로 높일 수 있고, 노동자1인당 자본은 공공투자, 생산시장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고용보호 규제 완화 등으로 제고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2030년까지는 현재의 경제사회 구조를 유지해도 어느 정도 성장이 가능하지만, 저출산·고령화가 본격화되는 2030년 이후에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이는 OECD 보고서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이러한 경고가 있음에도 필요한 구조개편을 게을리 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1960년 이후 걸어왔던 경제개발도 이제 60년을 넘어서고 있다. 저성장의 경향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성장률 둔화를 늦추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의 문턱에서 미·중 패권전쟁의 태풍과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으로 한치 앞도 잘 안 보이는 국면에서 중장기적으로 OECD가 전망하고 있는 암울한 성장경로조차 지켜낼 수 있을지도 안심할 수 없다. 현실 안주에서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경제·사회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과감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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