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를 통해 정부는 미국 정부와 종전선언 추진을 위한 문안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종전선언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과 안보 차원의 영향을 두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만큼 미국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을 방문 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공항 도착 직후 취재진과 만나 '종전선언 추진에 진전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미 간에는 특별한 이견이란 있을 수 없다"며 "지금 연말 국면이고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16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17일 한·미·일 외교차관 회담을 한다. 방미 중 한·일 외교차관 회담도 예정돼 있다.
그는 "이것을 언제, 어떻게 하는 방법론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며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가 방법론과 관련해 이견 없이 합의하는 것"이라며 "조만간 결과가 있을 것 같고, 그러고 나서 북에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 차관은 "결과가 공개될지 안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차관 발언은 한·미 간 종전선언을 둘러싼 논의에 이견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해소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UN)총회를 통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종전선언 관련 질문에 "(한·미가) 각각의 조치를 취하기 위한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답변하며 한·미 간 온도 차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이수혁 주미대사도 지난 9일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후 한·미 양국 간 협의가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단계까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한·미 간 종전선언 방향성, 목적 등에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법률적 해석 차이 등을 두고 여전히 논의가 계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미 간 조율 이후에도 북한과의 대화와 남북미중까지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이끌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가 종전선언 논의를 마치지 않아 북한에도 별도 협상을 제안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대북제재 철회 등 한·미가 수용하기 어려운 대화 재개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최 차관은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북한이 종전선언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쉽게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 "어떤 것들은 좀 블랙박스에 넣어 놓고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유엔 제재도 있고, 그것보다 촘촘한 미국 제재도 있지만 소통을 얼마나 켜켜이 쌓아가느냐의 문제"라며 "충분히 쌓아놨고, 충분히 진전할 상황이 됐으니 중요한 건 정치적 결단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