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칼럼] 김위원장의 연설정치, 민생협력을 포함한 복합전략으로 대응해야

2021-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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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학교 객원교수] 


김정은 위원장은 9월 이후 세 번의 중요한 연설을 했다. 최고인민회의(9월 30일), 당창건 76돌 기념일(10월 10일), 국방발전전람회(10월 11일)에서 연설정치’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며 대내외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

김 위원장의 연설정치는 궁색한 현실에서 생존할 수 있는 틈새를 찾으려는 궁여지책이다. 3개의 연설은 다른 계기에 한 것이기 때문에 대상과 주안점이 다르다. 전체적으로 보면, 3개 연설은 국내정책, 국방, 대남·대외의 3분야에 집중되었다. 인민대중제일주의에 입각한 경제발전, 자위력 강화, 조건부 대화론을 종합하였다.
첫째, 시정연설의 성격상 많은 비중을 차지한 대내정책은 기존 내용을 되풀이하였다. 하노이 노딜 이후 ‘새로운 길’과 자력갱생을 천명한 연장선이 지속되었다. 특히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의 발전, 탄소하나화학공업 창설, 전력 및 석탄공업에 대한 투자 확대, 주요 건설사업 추진, 종자육종 및 개량 등은 익숙한 내용들이다. 자력갱생 외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현실이 읽혀진다.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을 만회하기 위해 인민대중제일주의가 강조되었다. 인민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농산물 증산, 축산 장려, 소비품생산이 특히 강조되었다.

둘째, 김 위원장의 국방발전전람회연설은 국방력 강화의 이유와 명분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남한의 군비증강에 대응한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 남한의 이중적 태도 비판,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대응하는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 등을 역설했다. 그리고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는 언급을 통해 북한의 호전적 이미지를 불식하려고 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국방연설의 주안점은 남한의 국방력 강화와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방력 강화는 필수적이며 당연하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자위력 강화를 이중기준에 의해 비난하지 말라고 함으로써 군사력 강화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방력 강화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발전전람회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 미니 SLBM 등 신형 무기들을 선보였다. 국방전람회 방식을 통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신형 무기들을 공개한 것이다. 올해 1월 8차 노동당대회에서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핵잠수함·수중발사핵전략무기 보유, 군사정찰위성 운용, 극초음속비행부품 개발, 무인정찰기 개발 등 국방공업의 구체적 목표가 제시되었다. 그때만 해도 실현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견해들이 있었는데, 그동안 차근차근 진행해 온 국방력 강화 계획의 성과를 과시한 것이다.

셋째, 시정연설에 포함된 대남정책도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조건부로 호응하였다. 종전선언에 대한 조건부 호응은 김여정 부부장의 이름으로 발표된 담화의 내용을 추인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선결 조건을 전제로 종전선언이 흥미있다고 언급하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복원과 남북정상회담까지 거론하였다.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을 배격하지 않으면서도 이중 잣대 및 적대정책 철회를 조건으로 내세움으로써 국면전환을 도모하였다. 한·미는 억제력 강화를 정당화하는 반면, 북한의 신형무기 실험을 도발이라고 비난하는 이중기준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적대정책 철회는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미국의 첨단무기 투입 중단, 제재완화를 겨냥한 것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함으로써 남북대화의 기회의 문을 열었다. 2018년과 같이 서울을 통해 워싱턴으로 가는 우회전략을 다시 시험하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탐색전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3가지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민생협력을 중심으로 남북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내부 자원의 동원과 물자를 재활용하는 재자원화를 역설하고 있다. 또한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프로그램에 에너지, 농업, 식수, 환경 등에 관한 자료와 통계를 제출하여 국제협력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였다. 남북이 지속가능발전과 남북한 주민의 민생을 위해 환경, 감염병 대책, 기후변화, 에너지, 재난재해 등에 대해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협의해야 한다. 핵문제와 군사적 대립을 일단 제쳐두고 남북한 주민 전체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실질적 협력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남북협력의 새로운 공간이고 북한을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둘째, 북핵위협과 함께 남북간 첨단무기의 군비경쟁이 전개되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신형미사일, 잠수함, 전함, 전투기 등의 분야에서 남북간 군비경쟁이 치열하다. 비핵화문제와 함께 신형무기의 군비경쟁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평화를 일구고 남북협력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복합방정식에 직면한 것이다. 비핵화협상과 함께 남북이 군비통제에 대한 군사회담을 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남북군사회담을 통해 9·19 남북군사합의서의 후속조치 이행과 함께 미사일문제 등 첨단무기 경쟁이 초래하는 안보 딜레마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

셋째, 종전선언을 고리로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이를 북·미대화와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2018년 남북대화가 먼저 발판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북·미대화가 가능하였다. 북·미대화가 막힌 상황에서 남북이 다시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남북대화 통로를 복원하고 이를 남북고위급회담이나 정상회담으로 연결해야 한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전후하여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을 하고 한반도 평화를 재가동하는 것이다. 최소한 남북대화 통로를 가동하고 이를 북·미대화의 발판으로 활용함으로써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종철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정치학박사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미 하버드대 교환교수 ▷한국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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