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반응 먼저 본다”…먹거리 크라우드펀딩 활발

2021-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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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부담 없고 마케팅 비용 저렴

MZ세대 가치소비 트렌드 겨냥

롯데칠성음료 사내벤처 '프로젝트 간다'의 박민광 대리(왼쪽)와 안진욱 대리가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스무디 키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식품업계가 신제품 출시 창구로 크라우드펀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사람들에게 자금을 조달받는 것을 말한다. 업체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제품의 개발 과정부터 특징과 장점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면 다수의 소비자가 기금을 투자한다. 목표 금액이 모이면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정식 출시 전 특정 수량 제품만 먼저 판매한다. 기업들은 펀딩 이후 고객 피드백을 확인해 정식 출시에 반영할 수 있다. 과거 크라우드펀딩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등 마케팅 파워가 약한 회사들이 주로 활용했다. 최근에는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애용하는 유통 채널로 떠오르면서 규모가 큰 기업들도 크라우드펀딩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마트와 편의점 등 전통적인 유통망에서 제품을 내놓기 전 크라우드펀딩으로 소비자 관심도를 끌어올려 출시 후 판매율을 높이는 전략은 식품업계의 유통 공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음료부터 밀키트까지 크라우드펀딩…롯데는 와디즈에 800억원 투자도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크라우드펀딩 운용에 적극적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8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한정판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와디즈를 통해 선보인 신제품 ‘스무디 키트’를 출시했다. 스무디 키트는 와디즈에서 펀딩 목표액을 649% 초과 달성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또 구강 항균 건강기능식품인 ‘마시는 클리닝타임 사과향’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내놨다.

롯데지주는 최근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에 80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는 와디즈와의 사업적 제휴를 함께 진행해 상품 소싱 역량 증진, 오프라인 특화매장 개발 등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와디즈를 통해 검증된 상품을 롯데 유통채널에 소개함으로써 다른 유통채널과의 차별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또 롯데에서 생산하거나 단독 판매하는 신제품의 시장성을 검증하기 위해 와디즈에 우선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농심 제공]

농심도 와디즈를 통해 자사 사내벤처팀이 개발한 미래형 식재료 ‘심플레이트’의 펀딩을 진행했다. 심플레이트는 원물 그대로를 건조 공법으로 가공한 상온보관 식재료다. 코로나19 사태로 집밥 문화가 확산한 데 발맞춰 ‘간편한 한 끼 요리’ 콘셉트 아래 1인 가구를 겨냥했다.

펀딩을 진행한 제품은 △소고기파스타용 플레이크 △닭고기파스타용 플레이크 △채소버섯모음 플레이크 총 3종이다. 펀딩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 6월 실시된 1차 펀딩은 목표금액을 20분 만에 달성했다. 올 9월 진행한 앙코르 펀딩도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주목받았다.

빙그레도 ‘마노플랜 멀티비타민’ 신제품 출시에 앞서 지난 1월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했다. 마노플랜 멀티비타민은 하루 한 포로 비타민 A, C, D, E, B와 칼슘, 마그네슘, 아연 등 비타민 12종과 미네랄 8종을 섭취할 수 있다. 주원료 함량도 성인 남성 건강에 맞춰 설계했다. 부원료는 홍삼 농축액·마카 추출·굴 추출 분말 등 8개다.

오리온은 젤리 제품인 ‘포도알맹이’ 출시 전 와디즈에서 먼저 공개했다. 와디즈의 주 이용층인 MZ세대들이 차별화된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높은 만큼 사전에 포도알맹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밀키트 기업 마이셰프는 소스 브랜드 이금기와 협업해 만든 밀키트 신제품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선보였다. ‘마라 우육면’과 ‘탄탄면’ 2종이다. 마이셰프 관계자는 “최근 밀키트를 찾는 MZ세대 소비자들이 늘어나 신선하고 재밌게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와디즈를 통해 신메뉴를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의 두유 브랜드 매일두유는 지난 1일 카카오커머스의 주문 제작 플랫폼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신제품 ‘매일두유 식이섬유 저당’을 선보였다. 매일두유 식이섬유 저당은 190㎖ 한 팩에 달걀 약 한 개 분량인 식물성 단백질 6g과 하루 식이섬유 권장량의 25%인 수용성 식이섬유 6.2g을 함유한 제품이다. 5가지 곡물로 고소한 인절미 맛을 내지만, 당 함량은 2g으로 기존의 ‘매일두유 식이섬유’ 대비 80% 낮췄다.

오뚜기도 유명 맛집 고기리막국수와 협업해 큰 인기를 끈 ‘고기리 들기름막국수’를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선공개해 첫 주문을 받았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고기리막국수의 인기 메뉴인 들기름막국수는 직접 뽑은 메밀면을 고소하고 향긋한 들기름과 간장소스에 비벼 깨와 김을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오뚜기는 소비자들이 집에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고기리 들기름막국수를 가정간편식(HMR)으로 제작하고, 인터넷에서 간편하게 주문 가능하도록 카카오커머스와 배민쇼핑라이브 등 플랫폼에 먼저 출시했다. 고기리 들기름막국수는 지난 5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3시간 만에 준비된 1만 세트 주문이 마감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식품업계의 크라우드펀딩 열풍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단순 소비보다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크라우드펀딩 제품은 꾸준히 인기를 끌 것”이라며 “선주문·후제작 방식으로 재고 부담이 없고 마케팅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마이셰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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