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약발' 10월 가계대출 증가폭 둔화…기업대출은 동월 기준 '최대'

은행 가계대출[표=한국은행 제공]

금융당국이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가계대출 규모가 5조원 가량 증가해 전월 대비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중은행들이 가계 대신 기업여신에 적극 나서면서 기업대출 증가폭이 동월 대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규모는 전월보다 5조2000억원 증가한 1057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항목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774조5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28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4조7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전월 증가폭(5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90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이다. 기타대출 증가폭 역시 5000억원 수준으로 전월(+8000억원)과 비교해 소폭 증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은은 지난달 주담대 증가폭 축소 움직임에 대해 주택매매와 전세거래 관련 자금수요가 지속됐음에도 집단대출 취급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간 전세자금대출 증가폭은 지난 8월 2조8000억원 수준에서 9월 2조5000억원, 10월 2조2000억원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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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집단대출 취급이 줄어든 배경은 중도금이나 입주에 따른 잔금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현재 주택 구입을 위한 LTV나 지난 7월부터 시행된 DSR 규제가 모두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의 대출태도 강화도 공급요인을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강화된 규제 내에서 주택 매매와 구입을 위한 대출 수요와 전세 거래를 위한 자금 수요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증가세도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힘입어 한풀 꺾인 모양새를 보였다. 박 차장은 "은행권 자체적으로 연 소득 한도 내에서 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있고 심사도 강화하는 등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신용대출 증가폭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며 "가계대출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대출 증가세 억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기간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1059조3000억원)은 한 달 만에 10조3000억원 급증했다. 10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항목 별로는 대기업대출이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과 더불어 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 노력 등이 이어지면서 그 증가폭이 전월 3000억원 수준에서 2조30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중소기업대출 역시 코로나19 금융지원과 부가가치세 납부, 시설자금 수요 등에 힘입어 전월 대비 8조원 늘어난 881조원을 기록했다. 다만 개인사업자대출 규모는 419조2000억원으로 증가폭이 전월 대비 소폭 축소(3조5000억원→2조6000억원)됐다. 

박 차장은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에 도달한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에 대한 대출태도를 완화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며 "최근에는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대출 중 시설자금에 대한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사업자대출 감소 배경에 대해서는 "최근들어 경기나 매출이 좋아진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또다른 요인으로는 코로나19 금융지원 규모가 다소 줄어든 부분도 있다"며 "확실히 개인사업자 업황이 좋아져서 대출수요가 줄어든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영향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0월 중 은행권 수신 잔액 규모는 2095조1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19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 수신 규모 역시 MMF(+20조7000억원)를 중심으로 28조3000억원 확대되며 큰 폭으로 증가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