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의 핵심 역량인 공간, 상품기획(MD) 역량, 최대 규모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유통BU장)이 지난 3월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밝힌 청사진이다. 지난해 재신임을 받은 강 부회장이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찍은 것과 달리 올해 들어 롯데쇼핑 실적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롯데가 공을 들이고 있는 이커머스 사업의 부진이 뼈아프다. 여기에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희망퇴직 시행과 고강도 체질개선으로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롯데백화점을 이끌던 강 대표는 지난해 롯데그룹 정기 인사에서 유통 계열사를 총괄하는 유통BU(사업부문)장으로 승진하며 롯데쇼핑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6월부터는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으며 9월에는 FRL코리아 기타비상무이사로 임명되며 롯데그룹 내 '유통 원톱'으로 자리매김했다.
롯데쇼핑의 실적은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롯데쇼핑의 매출은 23조원에 육박했으나 2017년 17조9261억원으로 감소한 이후 지난해 16조762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영업이익도 2017년 8010억원에서 지난해 3461억원으로 3년 새 57% 급감했다.
강 부회장은 실적 부진에 휩싸인 롯데쇼핑의 조직개편과 함께 비효율 점포 및 부진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롯데쇼핑은 현재까지 롯데마트·슈퍼·롭스 등 116개의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은 상태다.
인력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창사 42년 만에 첫 희망퇴직을 실시해 근속 20년 이상 직원 500여명의 신청서를 받았다. 롯데마트도 올해만 두 차례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9월에 20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은 데 이어 최근엔 근속 연수 8년 이상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러한 체질개선 움직임에도 롯데쇼핑의 실적은 여전히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 상반기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4.2% 줄었고 영업이익은 6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9.6% 증가했다. 올 3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4% 급감하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야심차게 출범한 롯데온도 적자에 허덕이며 좀처럼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롯데온이 속한 이커머스 부문의 3분기 매출은 2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다. 영업손실은 46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80억원 늘었으며, 3분기까지 누적적자가 1100억원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경쟁사들에 비해 시대 변화에 따른 전략도 늦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희망퇴직 시행이 잇따르면서 내부 반발도 나오고 있다"면서 "최근 사업 실적 부진이 부각된 상황이어서 임기와는 상관없이 인적 교체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