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상속세율 높다던 日…기업승계 땐 100% 납부유예

2021-1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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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대표자 고령화…가업상속공제 활용은 미미

승계 문턱 낮춘 각국…사전·사후 요건 없애기도


중소기업이 업력 100년 넘어 장수기업으로 가는 길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세금’이다. 세금 중에서도 승계 과정에서 내야 하는 상속증여세에 대한 부담이 크다. 중소기업계는 기업의 영속성 차원에서 상속‧증여세의 전향적 방향 전환 필요성을 요구한다.

중소기업계의 이런 요구에는 기업승계가 부의 대물림이 아닌 고용유지 등 경제 기여도가 높다는 점, 주요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과 까다로운 조건을 적용받고 있다는 이유가 깔려있다. 2019년 기준 국내 기업의 9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기업 근로자의 82.7%가 중소기업에서 일을 한다. 2018년 기준으로 60세를 넘긴 기업 대표자는 7년새 47% 가량 급증했다. 대대적인 기업승계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업상속공제 활용 건수 미미

코스닥협회의 ‘중소‧중견 코스닥기업 가업승계세제 개선 보고서’에 따르면, 1987년 도입된 가업상속공제 건수는 2008년 51건에서 2019년 88건으로 늘었다. 연평균 68건이다. 금액으로 보면 2008년 가업상속공제 건당 8000만원에 불과했다. 2019년에는 금액이 늘어 26억9000만원이 됐다.

기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는 2014년 106건에서 2019년 172건(연평균 144건)이다. 건당 증여재산가액은 같은 기간 13억1000만원에서 13억8000만원으로 큰 변화는 없다.

연도별 건수와 금액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지만, 기업승계를 준비해야 할 60세 이상이 대표인 기업 수(2018년 기준)가 152만2300개에 이른다는 점을 보면 활용 건수‧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주요국은 기업승계 문턱 낮춰…재단 적극 활용하기도

해외사례를 보면 국내 기업의 상속 과정을 유연하게 바꿔야 할 필요성은 더욱 뚜렷해진다.

먼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우리나라(50%, 명목세율 기준)보다 상속세율이 유일하게 높은 일본(55%)은 2008년 ‘중소기업에 있어서의 경영의 승계의 원활화에 관한 법률’ 등을 도입했다. 10년이 지난 2018년 일본은 비상장 중소기업의 소유주가 친족인 후계자에게 자신의 주식을 상속‧증여할 경우, 상속세의 100%를 2027년까지 10년간 납부유예해 주는 특례조치를 도입했다. 2019년에는 개인사업자까지 특례를 확대했다. 특례는 납세유예 대상이 되는 비상장주식 등의 제한(주식 총수의 최대 3분의 2까지) 폐지, 납세유예 비율의 인상, 고용확보 요건의 탄력화 등이 골자다.

독일은 가족기업이 중소기업의 95%를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유산취득세 방식의 상속세를 유지하고, 재단을 활용해 기업을 승계하는 사례가 많다. 2019년 한해에만 576개의 재단이 설립됐다. 2014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가업상속공제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려 2016년 관련 법이 개정돼 2600만 유로(약 356억원) 이상 자산을 상속받을 때 공제를 받으려면 요건이 강화됐지만, 상속 후 7년간 가업을 유지하면 상속재산의 100% 공제가 가능하다. 헌법재판소는 고용 유지 목적 달성을 위해 ‘일자리 수’ 대신 ‘급여총액’을 유지하도록 해 기업이 변화에 고용 신축성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스웨덴은 불합리한 조세는 경제활동을 약화시키고 조세회피의 유인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2005년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스웨덴은 ‘승계취득가액 과세’ 방식을 통해 상속세의 과세이연을 허용하고, 근로소득은 최고 57%까지 고율의 누진세율로 과세되는 반면에 자본이득의 경우 30%의 단일세율로 저율 분리과세된다. 스웨덴도 재단을 통해 가업상속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발렌베리(Wallenberg) 그룹이다. 발렌베리 가문은 재단(지주재단)이라는 기업지배구조를 이용해 5대 이상에 걸쳐 승계를 이어왔다.

영국은 2019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8.4%에 이른다. 그만큼 중소기업 기업승계 촉진을 위해 ‘사업자산공제제도’를 운영 중이다. 중요사업자산 이전 시 상속세액을 감면하는 제도다. 자산 유형별로 공제율은 50% 또는 100%다. 자산은 주식(비상장, 상장), 사업용 토지‧건물‧기계 등이다. 상속인에 대한 사전요건이 없고, 사후관리요건도 없다.

캐나다는 명목상 상속증여세가 폐됐었으나, 상속‧증여 시 해당 자산이 세무상 처분된 것으로 의제돼 자본이득이 과세된다. 증여세도 존재하지 않는다. 거주자가 증여한 경우 시가로 자산이 처분된 것으로 보고 수증자는 증여 시의 시가로 자산을 이전받는 것으로 간주한다. 사망‧증여한 시점에 자산의 가격 전체를 과세대상으로 보지 않고, 자산의 가치 증분에 대해서만 과세대상으로 본다.

◆“한국은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완화해야”

최근 중소기업계는 기업승계를 위한 상속‧증여공제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표자 고령화 흐름과 함께 안정적인 고용 창출‧유지에 기업승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승계 과정의 조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고 상속세율 인하와 연부연납 기한 연장, 공제한도 확대, 사후관리 요건 완화 등을 희망한다. 정부도 세제지원 범위와 혜택을 늘리고 있으나, ‘과감한 전환’이 아닌 만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희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가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조세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가업승계지원제도는 실효성이 낮고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으로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해외 국가들의 사례와 비교해도 가업승계촉진이라는 정책목적에 비춰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이 꼽은 문제점은 △매출 3000억원 기준으로 대상 기업이 성장을 기피해 피터팬 증후군 초래 △자산유지는 4차 산업혁명 흐름 속 신산업‧사업전환에 장애요인 △가업 영위 기간 요건은 중소기업 평균 업력에 비춰볼 때 비현실적 등이다. 이에 그는 3000억원 기준과 계속경영기간 요건을 완화하고, 기업경영환경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가업용 자산 범위를 확대 적용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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