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선출됐다. 총장직을 내려놓은 지 8개월, 정치에 입문한 지 4개월여 만에 이룬 성과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그가 이제는 제1야당 후보로서 정권교체에 앞장서게 됐다.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교수 집안에서 태어난 윤 후보는 부친 권유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이후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평범한 이력이 빛을 발한 건 노무현 정부 들어서부터다.
이후 그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통 검사로 활약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BBK 특검 등에 이어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4월에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 의해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수사는 윤 후보를 스타로 만들었다.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가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내지른 말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정권에 밉보여 지방으로 좌천되는 등 인고의 세월을 보냈으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강골 검사'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화려하게 부활한 그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 선두에 섰다. 이 무렵 민주당 핵심 인사에게서 총선 출마 권유를 받기도 했지만 "검찰에 남아 후배들을 챙겨야 한다"며 완곡하게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총장 임명 직후인 2019년 8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를 수사하면서부터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고,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시도하는 여권과도 정면충돌하면서 현 정권과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정치적 몸집을 키웠다. 결국 지난 3월 4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총장 임기를 4개월여 남기고 전격 사퇴했다.
광야로 나선 그는 때를 지켜보다가 6월 29일 대선 도전을 선언했다. 출마 선언문을 직접 작성했는데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보수 정권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칼날을 겨눴던 그는 그렇게 '법치와 공정의 상징'이 됐다.
문재인 정부에 반(反)한 그는 자연스럽게 야권 차기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물론 아내와 장모를 포함해 안팎으로 숱한 논란거리를 생산해내며 기대감을 반감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그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우뚝 서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