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세 주춤한 가계대출...금리는 '고고행진'

2021-1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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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에 가계대출 증가폭이 한풀 꺾였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오르면서 ‘영끌족’들의 대출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5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6조3258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3조4380억원 늘었다. 지난 9월의 경우 한달간 4조729억원 늘어났다는 점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소폭 감소한 셈이다. 이는 지난 8월 증가액(3조5068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던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도 주춤한 모습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01조2163억원으로 전달 대비 3조7989억원 늘었다. 지난 9월과 8월 각각 4조26억원, 3조8311억원과 비교해 증가세가 둔화됐다.

신용대출의 경우 5개월 만의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1721억원 줄어든 140조8279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따라 은행들이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연소득 범위 이내로 제한하고 신규 취급을 중단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인데 따른 결과다.

다만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22조9710억원을 기록해 전달 말보다 1조5402억원 늘었다. 지난달 정부가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내놓으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 시 전세대출은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전세대출 증가세가 지속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신규 대출 증가폭은 다소 꺾였지만, 문제는 금리 인상 속도다.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은행권 일반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잔액기준)는 3.42%로 올 들어 0.22%포인트 상승했다.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담대 역시 연 3.31~4.814%로 2주 전(3.03~4.67%)보다 0.2%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변동금리가 아닌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의 상승폭은 더 가파르다.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8월 말 연 2.92~4.42%에서 3.97~5.377%로 뛰었다. 두 달 사이 약 1%포인트가 뛴 셈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대출금리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3개월 만에 0.5%에서 1%로 0.5%포인트 뛰어오르는 것으로, 시장금리 역시 이에 맞춰 상승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는 상황이 지속하면서, 시장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가 단기적으로 경기 하방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의 거시경제적 영향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가계부채는 단기적으로는 경기를 부양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인식된다.

박 연구위원은 “만일 가계부채가 주택구매 등 주식시장으로 유입된다면, 이는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양의 자산효과, 건설 경기 활성화, 이주 증가에 따른 내구재 수요 증가 등을 통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며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중요한 사실은 가계부채는 결국 상환돼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차주의 소득이 개선되지 못하거나 소득증가 속도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월등히 빠른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는 경제 하방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관리할 경우 단기적인 경기 하방 위험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차입자가 유입되는 유동성 규모가 줄어들게 되므로 이들의 경제 여력이 확대되는 정도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정책이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그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판단이다.

박 연구위원은 적절한 수준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을 관리하는 것은 중장기적인 부채 위험을 방지하는데 일차적인 목표가 있다고 봤다. 그는 “가계부채를 포함한 시중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집중되는 현상은 사회의 잉여 자금(저축)이 차입을 통해 비생산적으로 배분됨을 의미한다. 이는 자산 가격만 상승시킬 뿐, 생산적으로 쓰일 수 있는 분야로의 자금 이동을 제한해 경제 전체 평균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장기 성장률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또한 근로 소득 대비 자산 가격 상승률이 월등히 높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근로의 상대적 가치가 하락함을 의미하므로, 경제 주체에게 장기 성장에 대한 중요한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보다는 주택시장 참여를 통한 수익 추구의 인센티브가 더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를 통한 주택가격 상승은 신규 주택매수자와 기존 주택보유자의 자산효과를 통해 성장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산 효과는 생산성과 관련이 적은 단순 소비를 통해 일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장기간 누적되는 부채 상환 부담은 소득이 개선되지 못하거나 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 경제 침체의 골을 깊게 하고 회복의 시간도 오래 걸리게 한다는 진단이다.

박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소득 대비 가계부채 증가세를 늦춰 잠재적 위험을 감소시키고, 꾸준한 주택공급 등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일관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 관리 수준과 방식에 대해서는 경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주택공급이 많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데, 만일 신규아파트 공급이 급증한다면 집단대출로 인해 가계부채 총량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상환 가능 범위 내에서의 대출, 투기적 대출 수요 제한이라는 원칙 아래, 정책 시행 방식과 대상 등을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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