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대로 준다. 달라는 대로 준다. 100억을 부르면 100억을 주고, 200억을 부르면 200억을 준다. 유튜브 상에 이뤄지고 있는 정부광고의 실상이다. 금액의 적정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국민의 혈세를 퍼준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관광공사다. 지난해부터 유튜브에 올린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가 해외에서 대박이 났다고 했다. 시즌1은 총 조회수 2억8000만뷰, 시즌2는 총 조회수 2억1000만뷰가 나왔다고 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해외에서 본 조회수라며,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단기간에 높인 것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시리즈 도합 총 조회수 5억만뷰란 성과 뒤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유튜브 등에 지급한 광고비가 있었다. 무려 101억4000만원에 이른다(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실 발표, 10월 19일). 달리 표현하면 한국관광공사가 유튜브 등에 101억4000만원을 주고 5억만뷰라는 조회수를 사들인 것이다. 조회수 1개 당 20.3원꼴이다. 단지 광고 홍보비를 많이 썼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이 조회수 1개당 가격이 ‘유튜브 맘대로’라는 것이다.
일반 기업이 이런 디지털 플랫폼에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마케팅비로 돈을 퍼주든 말든 사적 계약인 만큼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기관이 쓰는 국민의 혈세는 그래서는 안 된다. 국가가 세금을 쓰면서 사업자가 제멋대로 손으로 써준 간이영수증을 증빙자료로 받는 경우는 없다. 당연히 혈세를 광고비로 쓸 때는 검증돼야 한다. 그게 법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놓은 ‘정부광고 업무편람’에 따르면 매체를 선정해 계약할 때 “반드시 매체 관련 정보가 신고, 검증, 공개되고, 비교 가능한 매체정보를 증빙하여 정부광고를 시행”하라고 분명히 적혀 있다.
그래서 방송사들의 경우 자체 발표 시청률이 아니라 닐슨 코리아 등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이 객관적인 조사와 검증을 통해 발표하는 수치가 정부광고 집행의 잣대이고, 신문 등의 경우에는 한국ABC협회가 매년 발표해온 ‘부수공사 결과’가 잣대였다. 그리고 이번 ABC협회의 경우처럼, 이 잣대 수치가 조작됐을 경우에는 그 검증기관을 상대로 법적, 사회적 책임을 묻게 되는 구조가 안전장치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들의 경우 바로 이런 시스템과 구조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엿장수 판’이라는 게 근본적 문제이다.
좀 더 깊이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해 올린 홍보 동영상은 평균 길이가 1분 41초 내외이다. 조회수가 2억8000만이라면, 이 가운데 몇 명이 전체 동영상을 끝까지 본 것일까? 유튜브 알고리즘 상 3초만 보더라도 1번 본 것으로 친다고 한다. 물론 유튜브가 몇 명이 전체 동영상의 얼마만큼을 봤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숫자도 제3자 검증은 전혀 없는 유튜브의 일방적인 주장이요 선언일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기관들이 이런 일방적인 선언을 아무런 의심 없이 절대적 진실로 받아들여, 그들의 요구대로 광고비란 명목으로 혈세를 퍼주고 있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유튜브만 놓고 봤을 때 2016년 78건 13억원에 불과했던 정부기관의 광고비가 1년 뒤인 2017년에는 140건에 26억, 그 이듬해인 2018년에는 275건에 62억, 2019년에는 845건에 186억으로 늘었다. 매년 거의 두 배씩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광고를 집행하는 디지털 매체에도 반드시 광고 정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모든 매체에 같은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 정부광고 집행에 있어서 전반적인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세금의 사용은 투명해야 한다. 투명하려면 제3자가 납득할 수 있는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상식을 신문의 칼럼을 통해 지적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