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한-V4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V4와 한국 사이의 호혜적 협력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같이 밝혔다. V4는 1991년 헝가리 비세그라드에서 개최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 4국이 참여하고 있는 협의체를 말한다.
양국 교역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인 168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2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자, 자동차와 부품, 화학, 금속까지 다양한 업종에 걸쳐 658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누적 투자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EU 내 최대 투자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헝가리 삼성전자 TV 공장은 1989년 6월 헝가리 소도시 야스페니서루에 진출했으며, 한-V4 경제협력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처음에는 하루 400대의 TV를 생산했으나 현재 하루 4만대를 생산해 유럽 전역에 TV를 수출하는 지역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글로벌 생산기지로 유럽 전역에 TV를 수출하고, 야스페니서루 인구의 절반이 근무하는 지역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2007년 체코, 슬로바키아 각각에 생산공장을 구축했으며, 현재 각각 연 35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기아차 글로벌 생산량의 7% 이상을 두 곳에서 책임지고 있는 중이다.
문 대통령은 “체코 북동부 노쇼비체와 슬로바키아 북서부 질리나에 현대·기아차의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면서 “한적한 농촌이었던 노쇼비체는 체코 자동차산업의 심장부가 됐고, 슬로바키아 3대 산업도시인 질리나는 화공업과 건설업에 더해 자동차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장착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차 전지·전기차, 그린·디지털 등 신산업, 인프라 등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제안했다.
한국의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모두 V4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상태다. 헝가리에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 폴란드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있다.
청와대는 V4 국가들은 올해 ‘국가 수소 전략’을 발표했고 한국도 ‘수소 선도국가 비전’을 실현하고 있어 양측 간 향후 수소 분야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번 포럼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유정열 코트라 사장을 비롯해 전영현 삼성SDI,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조현철 롯데알미늄, 안은억 GC녹십자MS 등 주요기업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한상의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헝가리를 방문한 최 회장은 인사말에서 “비세그라드 그룹은 유럽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갖춘 매력적인 투자처”라며 “V4 지역은 EU의 기조와 맞물려서 장점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회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비세그라드 지역은 한국 배터리 3사가 모두 진출해서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라며 “우리는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 인류의 공통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V4와 한국이 합자해서 EU의 최소 1% 탄소를 절감하게 될 것”이라며 “V4 파트너십이 그린모빌리티뿐만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 디지털 스마트 인프라의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참석한 기업인들께서 활약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행사 직후에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과 V4 간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기업인 협력 전략이 논의됐다.
이와 함께 한-V4 기업 간 유럽시장 공동 개척을 위한 각국 기관·기업 간 협력 양해각서(MOU) 서명식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는 △우리 기업의 헝가리 투자·진출 및 수출에 대한 상호 금융지원 △암 진단 관련 공동 프로젝트 추진 △배터리·자동차·원전·신공항 등 관련 한·헝 협력 강화 △배터리·자동차·원전·신공항 등 관련 한·폴 협력 강화 △산업 디지털 전환 협력 △차세대 광전소자, 부품·장비 등 협력 △FA-50 수출 관련 산업협력 및 조종사 훈련 협력 관련 MOU가 체결됐다.
행사 전 개최된 사전 환담회에서는 문 대통령,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주요 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V4 민간 경제협력 강화 방안, V4 투자 진출 관련 건의사항 등이 논의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아데르 야노쉬 헝가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양국 정상은 1989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헝가리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걸맞게 정무·경제·과학기술·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