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가 돌봄과 상생의 가치를 담고 있는 유교문화로부터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해법을 찾는 담론의 장을 마련했다.
도는 3일 공주 아트센터 고마에서 양승조 지사와 국내외 유교 전문가, 도민 등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회 충청유교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 지사는 기조발표를 통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는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돌봄과 상생의 가치를 회복하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복원하는 것”이라며 “감염병 위기에 계층 피라미드의 상층에서는 자산 버블을 즐기고 있지만, 그 아래에서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짚었다.
양 지사는 “나라가 부유하고 강한 군사력을 가졌다 한들 그 사회가 불평등하고 구성원이 분열돼 있다면 그런 사회가 이룬 성취는 모래 위의 성일 뿐이어서 언제든 기울어져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화합’의 전제조건은 합리적이며 고른 분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 지사는 “유교 사상과 문화의 밑바탕에는 평등정신과 공동체주의가 자리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원동력으로 유교 덕목 가운데 ‘예(禮)’를 꼽고, “예가 체화된 사회에서는 자연스레 노인이 공경받고 아이도 돌봄을 받는다. 예는 유교의 보수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돼왔지만, 오늘날에는 예에 대한 새로운 이해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는 맹자의 주장을 들며 “막연히 국민 내면의 도덕심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민생경제의 회복과 고용·사회안전망 강화를 이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양 지사는 “한국의 유구한 유교문화가 돌봄과 상생의 지속가능한 공동체 구현을 위한 소중한 유·무형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지사에 이어 기조발표한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네덜란드의 공동체 정신’을 주제로, △다양성 포용 △고용과 복지의 안정성 추구 △환경 보호 등 네덜란드 정부가 추진 중인 여러 정책을 설명했다.
기조발표 이후에는 양 지사와 요아나 도너바르트 대사, 도내 대학생이 함께하는 대담 시간을 통해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 만들기’를 주제로 도와 네덜란드의 다양한 정책 사례를 공유했다.
주제발표에서는 투커구어(涂可国) 중국 산동사회과학원 국제유학연구교류센터장이 ‘인류공동체 관점에서 본 유가의 집단 책임관’을 통해 “공자가 유가 집단책임 사상의 효시를 연 이후, 중국 근현대 사상가들에 이르러 유가의 군은 새로운 집단책임관으로 발전했고 이는 근현대 중국인의 공동체 의식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오구라 기조(小倉紀蔵) 일본 교토대 교수는 ‘공자의 생명철학과 지구윤리’를 주제로, 공자의 생명관·세계관·군자관을 중심으로 생명철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하고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동체관을 제시했다.
김세정 충남대 교수는 ‘돌봄과 공생의 유교문화’를 발표하고 “공·맹의 유학이 돌봄과 공생 유교의 뿌리에 해당한다면 중국의 신유학은 줄기에, 한국 유학은 꽃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돌봄과 공생의 유교문명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이 필요하고, 유교문명을 과거의 유물로 치부하거나 관념의 세계에 가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포럼에서는 부대행사로 ‘대학(원)생 포스터 발표’를 진행해 참신한 주제로 우수한 발표를 준비한 5명에게 상장 및 상금을 수여했다.
행사를 주관한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 조한필 원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약화된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 형성을 위한 유교문화의 역할을 재조명했다”며 “포럼 성과를 바탕으로 개원을 앞둔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현대사회와 소통하는 유교문화 진흥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