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은행은 '대중 수출의 구조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BOK이슈노트)를 통해 "우리나라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의 실물경기지표가 둔화되고 헝다그룹 파산 위기, 전력난, 기업규제 강화 등 중국경제의 여러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면서 "성장세 둔화가 어느 부문에서 발생하는지에 따라 우리 대중수출에 대한 충격의 크기는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중 수출 규모는 지난 2010년 이후 대체로 정체돼 있는 상태다. 대중 수출 규모는 2010년 이후 1400억 달러 내외에서, 수출비중은 25% 이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다국적 기업 생산거점의 동남아 이전과 중국의 자급률 상승 때문이라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김선진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중국의 생산비용 상승으로 저임금과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생산기지 비교우위가 약화되면서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이 크게 늘었다"며 "중국의 자급률이 제고되면서 우리 제품에 대한 수입수요가 기조적으로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수출 품목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기계류, 철강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우리 기업이 기술경쟁력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수요가 급증세를 보임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이 2010년 15.1%에서 2020년 31.2%로 급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중국의 소비 확충에도 우리나라 대중 수출에서 소비재 비중은 지난해 기준 3.8%에 불과하고 중간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 대중 수출과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 및 중국 수출과의 동행성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한은은 중국 경제 둔화 시 단기적으로는 대중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겠으나 중국 내수 둔화의 부정적 충격을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대중 수출이 우리 수출의 빠른 증가를 견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김 과장은 "10월 중 대중 반도체 수출은 D램 고정가격이 전분기에 비해 소폭 하락했으나 신규 스마트폰 출시로 모바일용 수요가 확대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중국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의 인건비 상승 및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의 영향으로 우리 기업을 포함한 다국적 기업들이 글로벌 생산거점을 중국에서 동남아, 인도 등으로 계속 이전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