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뜨거운 감자 ‘중도상환수수료 감면’

2021-11-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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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은행들이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감면을 발표했다. 지난달 주택금융공사가 정책모기지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발표한 이후 시중은행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만 모든 시중은행으로 확산되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택금융공사가 정책모기지의 중도상환수수료를 감면하는 방안을 시행한 가운데 시중은행으로까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에서 중도상환수수료 폐지는 다른 금융 상품의 금리 인상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3일 주금공과 금융권에 따르면 기존 차주의 상환을 유도하는 목표로 한시적으로 중도 상환수수료를 70% 감면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6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정무위원회 국정에서 디딤돌대출이나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 정책모기지의 중도상환수수료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면서 이뤄졌다. 중도상환수수료란 약정된 대출의 만기일 전에 대출금을 상환하는 경우 차주가 금융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주금공은 현재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디딤돌대출 등 3가지 상품에 대해 최대 1.2%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주금공은 지난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중도상환수수료로 벌어들인 것만 2000억원이 넘는다. 정책모기지의 중도상환수수료가 감면되면 차주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이 민간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시중은행들 역시 대출 중도상환수수료가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고객에게 지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해 기존 대출 고객을 묶어두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2759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2601억원, 2018년 2475억원, 2019년 2653억원으로 매년 2000억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2017년부터 4년간 누적 수수료 수입만 1조488억원에 이른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해 국민은행이 71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481억원, 우리은행 513억원, 하나은행 580억원, 농협은행 47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중도상환수수료 지적에 대해 대출자가 예정보다 빨리 갚으면 그만큼 조달 비용이 늘어 손해를 본다는 주장으로 맞서왔다.

그러나 최근 일부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 감면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들은 고객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가계 대출 증가율이 연간 목표치를 넘어서거나 이에 근접하면서 대출 한도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분석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지난 1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가계대출금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데 이어 IBK기업은행도 오는 9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50% 인하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 대출은 각 은행에서 받은 모든 가계대출이다.

다만 외부기관과의 별도 협약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는 일부 적격대출 및 양도상품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표적으로 내집마련디딤돌대출, 버팀목전세자금대출,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은 중도상환수수료 감면 대상이 아니다.

이들 은행이 내세운 취지는 실수요자 보호다. 즉, 대출 상환 고객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는 한편 상환 여력이 있는 고객의 자발적인 상환을 유도해 실수요자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실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줄어든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고정금리로 3년 만기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이 1년 경과 시점에 대출금 1억원을 상환할 경우 93만원가량의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

일부 은행들이 연말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감면에 나선 데는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관리 압박 영향이 크다. 실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한 농협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율이 7%대에 진입해 5대 은행 중 가장 높다.

이에 앞서 지난 8월부터는 부동산 관련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금융 당국이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5~6%대를 넘어서면서 관리에 나선 것이다.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0월 말 기준 7.07%로 전월보다는 소폭 줄었다.

다만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감면이 타 은행으로 확산할지는 미지수다.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여유가 있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하반기 들어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했다.

은행별 대출 잔액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 정책에 차이가 있다. 10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4.4%, 우리은행은 4.63%, 하나은행은 5.41%, 국민은행은 5.5%로 집계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월 말 집계 기준 706조3258억원으로 9월 말보다 3조438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말(670조1539억원)과 비교해 약 5.4% 증가한 수치다.

정책모기지의 중도상환수수료를 지적했던 금융당국도 시중은행에 대해선 조심스런 입장이다.

지난달 21일 고 위원장은 중도상환수수료 폐지가 시중은행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폐지하면 변동금리 단기 대출 위주로 상품을 운용하려는 유인 효과가 생길 수 있고 이자율 상승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단체는 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대출금리 인상 등 부작용을 예방할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대출로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중도상환수수료 폐지로 대출상품 금리 인상 등에 대해 우려만 할 것이 아니라 부작용에 대한 대응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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