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구 중 3분의 1가량이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통계자료도 나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1448만명, 반려동물 가구는 전체 가구의 29.7%다.
하지만, 국내 반려동물 사업은 사료 간식 등 양육 항목에 국한돼 있다. 반려동물의 치료와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는 일본 유럽 등과 대조적이다.
국내에서도 불모지였던 반려동물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탄생했다. 2019년 9월 설립된 펫핀스는 반려동물 보험 중개를 비롯해 반려동물 전용 저축 상품부터 펫 돌봄, 상조 등 다양한 금융을 접목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주경제는 최근 심준원 펫핀스 대표를 만나 우리나라 반려동물 금융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발전방향을 물었다.
日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 보며 성장 가능성 예감
심 대표는 고려대학교 공대를 졸업한 후 '보험인'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삼성화재 위험관리연구소에 공채로 입사했다. 이 연구소는 기업의 공장이나 빌딩에 대한 보험가입 전 위험을 산출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당시 국내외에 있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 사업장의 화재폭발 위험을 컨설팅해주는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제휴영업과 기획업무를 거쳐 메리츠화재로 이직해 일반보험전략팀에서 상품개발과 시장개발 업무를 맡았다.그가 처음 반려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메리츠화재 재직 시절인 2012년이다. 당시 일본 주재원으로 오래 근무한 임원이 '일본은 반려동물보험이 잘 되어 있으니 한번 조사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당시 일본의 경우 반려동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특히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분야는 펫보험이었다. 이미 일본은 그 당시 10여개의 보험사가 펫보험에 뛰어들어 성장하고 있었다. 시장점유율 60%로 펫보험 시장에서 독보적인 '아니콤(Anicom)'의 경우 손해율 관리가 어려운 경험을 반영해 보상비율 조정과 자기부담금 상향, 입·통원 일수 제한 등 매년 상품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었다.
그는 "일본의 펫보험 시장을 조사하면서 반려동물 사업이 성장하는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보험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때 메리츠화재에서 반려동물보험을 개발한 것이 인연이 됐고, 이후 펫보험을 포함해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펫핀스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맹견보험, 독일식 배상책임제로 확대해야"
올해 2월부터 맹견책임보험이 의무화됐다. 잇따른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면서 맹견에 대한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심 대표는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보험이 의무화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몇년간 개물림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맹견을 키우는 견주의 책임의식이 높아졌다"며 "특히, 최근 의무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다른 견종을 양육하는 견주들도 상당수 개물림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관련 보험에 가입하는 문의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다만, 그는 현행 맹견책임보험에 대한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맹견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견종이 5종으로 제한되면서, 가입률이 저조하고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들도 높은 손해율 부담에 상품 개발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맹견책임보험 의무가입 견종은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과 이들 맹견의 잡종으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까지 맹견책임보험에 가입한 5대 맹견 수는 1742마리에 불과하다. 이는작년 말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맹견 2269마리 중 76%에 불과하다. 애견협회가 추산한 맹견이 5000마리인 점을 감안하면 10마리 중 3마리만 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맹견책임보험 의무 견종이 제한되다 보니 보험사들도 리스크 부담이 크다. 맹견으로 사람이 사망했을 때는 1인당 최소 8000만원, 부상당했을 경우엔 최소 1500만원을 보상한다. 보험료가 1년에 1만5000~2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1000건의 맹견 책임보험을 보유한 보험사에서 1건의 사망·후유장애 보상만 발생해도 1년 보험료 수입(2000만원)의 세 배 이상의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심 대표는 "동물보호법 개정과정에 참여하지 않아 맹견 5종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알 수가 없지만, 실제 물림 사고가 접수돼 119가 출동한 사례만 보더라도 진돗개가 가장 많다"며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무서운 중대형견들은 대부분 제외되어 있어 실효성이 낮은 데다, 개물림 사고의 특성상 견종에 따라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행 맹견책임보험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독일식 배상책임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모든 반려동물에게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를 도입할 경우 동물등록률이 상승해 반려동물에 대한 관리가 수월해지고, 보험시장 확대, 동물의료시장 확대, 일자리 창출 및 확대, 유기동물 감소 등 순차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죽을 때까지 양육자 돌봄 받는 펫 12% 불과해
서방국가들에 비해 반려동물 문화가 짧아 유행처럼 반려동물 문화가 퍼지면서 너무 ’쉽게‘ 데리고 와서 ‘쉽게’ 버릴 수 있는 환경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심 대표는 "국내 유기견이 연평군 10만마리씩 발생한다고 추정되고, 반려동물이 양육자로부터 돌봄을 받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며 "이는 반려동물 입양 당시 귀엽고 예쁜 모습만 상상할 뿐, 노령화된 동물을 돌보는 방법과 치료 비용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펫보험 가입률에서도 유럽과 일본 국가들과의 차이로 나타난다. 코트라에 따르면 스웨덴의 펫보험 가입률은 40%에 달한다. 영국(20%)과 미국(10%), 일본(9%)도 우리나라(0.3%)보다 현저히 높은 펫보험 가입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일본만 보더라도 펫보험 가입률이 9%가량 되지만 우리나라는 100마리 중 1마리도 가입이 안된 상태"라며 "질병코드와 진료항목 표준화를 통해 펫보험 가입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그는 펫핀스의 궁극 목적은 'One Health, One Happiness!'의 실현에 있다고 말한다. 이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라는 뜻이다. 심 대표는 "미국의 통계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일반인 대비 24%, 심장병증상자 대비 34%, 혈관질환자대비 65% 이상 사망위험률이 감소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알려 파양률과 유기동물화를 낮추는 데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펫핀스를 통해 반려동물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선 펫핀스는 펫저축과 펫돌봄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펫저축을 통해 보험영역이 아니지만 목돈비용이 발생하는 중성화수술이나 스케일링, 노령케어서비스 등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펫돌봄은 반려인이 양육 중인 반려동물보다 먼저 사망하거나 장기입원, 치매 등으로 양육이 불가한 상황을 대비해 미리 저축해 놓은 만기금이나 사망보험금을 사전에 지정해 놓은 제3자에게 대리양육비를 지원하는 금융상품이다.
※심준원 펫핀스 대표는...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삼성화재 위험관리연구소 공채입사
메리츠화재 사내MBA 1위 ‘보험을 선물하세요-안심귀가선물보험‘ 개발(2013년)
의료관광보험 최초개발
휠체어 및 스쿠터 배상책임보험 공동개발(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반려동물 정책 자문(2021년 감사원,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 2016년 기획재정부)
㈜펫핀스 대표 / (겸)반려동물보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