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약관 개정을 검토 중"이라며 "개정 필요성에 대해 국회 등에서 지적이 많았다.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서 개정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KT 망에서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가 발생해 오전 11시 16분부터 낮 12시 45분까지 약 89분간 전국적으로 유·무선 통신 장애가 발생해 피해가 속출했다.
현재 KT 약관에는 이용자가 하루 3시간, 1개월 누적 6시간 이상 통신 장애를 겪은 경우 보상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SKT, LG유플러스의 약관도 이와 비슷하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벌어진 사고에 소상공인을 비롯한 각계에서 피해가 막대하지만 약관에 따르면 피해 보상이 불가능하다. KT는 이사회를 열고 전날 일반·기업 고객은 장애시간 10배(15시간), 소상공인은 10일치 요금을 감면하는 별도의 방안을 내놓았다.
코로나19로 일상 전반에 걸쳐 비대면화가 이뤄졌지만 낡은 약관이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난달 28일 서울 KT혜화타워에서 구현모 KT 대표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회의원들이 만난 자리에서도 약관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약관은 음성통신 시대에 맞는 보상으로 지금엔 맞지 않아 데이터 시대에 맞는 약관으로 변경할 것인가에 대해 정부와 고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기존 보상 관련 약관이 마련된 지 오래됐고, 데이터통신에 의존하는 현재는 그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KT는 전날 열린 설명회에서도 재차 약관 개정 의지를 강조했다. 박현진 KT 전무는 "약관 보상 기준이 올드하고, 개선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봐서 이번에 약관에 관계없이 보상했다"며 "약관 개정은 전향적으로 생각한다. KT뿐 아니라 규제기관, 타 이통사와 함께 선진화된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3시간 이상이라는 기준은 이동통신의 경우 2001년, 초고속인터넷은 2002년 만들어진 것이다. 3G 시대에 만든 약관을 5G 시대에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8년 KT아현지사 화재 이후 2019년 10월에도 약관을 개정했지만 손해배상 금액을 기본요금과 부가사용료의 6배에서 8배에서 상향하는 데 그쳤다. 3시간 기준에 대한 지적도 나왔으나, 배상 기준을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낡은 보상 약관 개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약관 개정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법률 개정과 달리 방통위와 이통3사 등 이해관계자가 협의해 개정안을 만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하면 된다. 빠른 속도로 추진이 가능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검토가 빨리 되면 (개정을) 빨리할 수도 있다.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통해 약관을 개정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개정 신고만 하면 된다"며 "행정 절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변경 신고를 해야 하는 데, 필요하다면 과기정통부와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