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이하 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산유량 확대를 결정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세를 우려하며 증산을 압박하고 있지만, OPEC+ 안에서 이라크, 알제리, 쿠웨이트 등 점점 더 많은 산유국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미국과 산유국들의 갈등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텍사스주 칸즈에 위치한 원유 시추공.[ 사진=EPA·연합뉴스]
4일 석유장관 회의를 앞두고 OPEC+ 회원국들은 연이어 '증산 확대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달 24일 티미프레 실바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OPEC+가 현재 계획 이상으로 증산량을 늘릴 필요는 없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달 30일 이산 압둘자바르 이라크 석유장관 역시 현재 하루 40만 배럴을 증산한 상태인 OPEC+의 계획이 국제 원유 수요에 대응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원유시장 참여자들은 오는 4일 회의에서 OPEC+가 산유량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이면서, 국제유가는 연일 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고 있는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5달러를 향해 오르고 있다. 미국 휘발유 역시 갤런당 3.70달러를 기록하며 2014년 이후 최고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유가 오름세가 현재의 물가 상승세와 맞물리며 미국과 국제 경제의 회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미국 백악관은 OPEC+에 증산 압박을 주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주요 생산국들이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OPEC+가 증산량을 더 늘리지 않는 것에 대해 규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만약 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밝히기를 주저했다.
이에 대해 분석가들은 향후 미국이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앞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 역시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최근의 유가 급등이 OPEC 카르텔 탓이라고 비판하며 SPR 방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OPEC+ 측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수요는 여전히 약한 수준이기에 지난해 대규모 감산 이후 산유량을 되돌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바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지난 24일 인터뷰 당시 지난해 4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로 OPEC+가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의 대규모 감산을 단행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폐쇄했던 유정을 다시 가동하려면 많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지난 24일 블룸버그에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다시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성장을 위한 연료는 한정적이기에 지금 추가 증산을 단행한다면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