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2022년 경제 키워드는 "정상화'

2021-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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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산업연구실장)]


2022년 경제는 정상으로 가는 여정이 더 확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추고 경기가 급랭했다. 2021년에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병목현상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2020년에 예상했던 2021년의 전망 키워드는 불확실했지만 그래도 반등, 복귀 등이었다. 올해 바라보는 2022년의 전망 키워드 역시 반등, 복귀 등이 중심인 ‘정상화(正常化)’이다. 그러나, 작년 이맘때와는 체감 온도가 다르다. 내년 경기 흐름은 정말 정상적인 상태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측면에서 2022년의 경기 흐름을 예상해 본다.

먼저 백신 접종이 속도를 더 내고 치료제 개발이 멀지 않음을 기대하면서 경제 활동 정상화가 안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은 백신이 접종되기 시작했지만, 변이바이러스 출현이나 돌파 감염 등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아니면 선진국 안에서도 국가별로 백신 접종 격차가 생기면서 경제 정상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병목현상이나 구인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정상화로 가는 길목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부각되었다.
예를 들어, 공급망의 차질 현상이 발생하면서 운송비가 빠르게 상승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 드류리(Drewry)에 따르면 상해발 유럽행 컨테이너 운송 비용은 1년전 대비 7배(약 1만4000달러) 상승했으며 전세계 평균으로는 4배가량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위축되었던 경제 활동이 백신 보급 등의 요인으로 정상화되고 경기가 회복되면서 원자재 수요는 확대되고 재고는 빨리 소진되었지만, 중단되었던 생산 시설의 가동 재개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목현상은 2022년 연초 겨울을 지나 봄, 여름이 되면서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겨울철에 심했던 난방 수요가 완화되고 각 국가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세 안정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역설적이게도 병목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의 배경에는 단기간에 확대되었던 수요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즉 약간은 둔화될 것이라는 이유에 있다. 원자재 중에서 가격이 가장 빠르게 상승했던 구리와 철강 가격은 올해 하반기에 하락세를 보이며 안정을 되찾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세 역시 둔화될 것인가는 의심이 간다. 물가는 원자재뿐만 아니라 임금, 유동성, 통화정책, 전반적인 경기 흐름 등 고려할 요인이 매우 많아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위해 직장을 떠났던 근로자들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노동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노동력 공급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올해 5월부터는 기업이 근로자를 원하는 구인자 숫자가 일자리를 원하는 근로자 숫자를 초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임금을 더 주고라도 근로자를 원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업지원금이 막대하게 지급되면서 근로자들이 굳이 일자리로 복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직장에 복귀하면 다시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높아져 직장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유야 무엇이건 간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좀처럼 노동력의 초과 수요 현상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병목현상이나 물가 상승세의 정상화가 얼마나 잘 진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분야라면,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거의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주요국들은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맞이하면서 매우 신속하게 재정지출을 확대했고 그 규모도 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막대한 재정을 풀었다.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도 빠르게 시행하였다. 주요국은 적게는 GDP 대비 10%에서 많게는 50% 이상에 해당하는 재정지출 확대정책을 시행했다. 주요국 경제 규모는 코로나19 이전 상황을 회복했다. 이제 주요국의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은 정상화 작업을 이어갈 것이다. 중요한 점은 정상화인가 긴축인가의 여부이다.

글로벌 통화정책 측면에서 가장 파워가 있다고 여겨지는 미국의 통화정책을 예상해 보면, 올해 안에 미국 연준은 양적완화를 축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금년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은‘경기회복 지속 시 내년 중반에 테이퍼링 종료가 적절하다’는 인식하에 11월 FOMC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할 경우 11월 혹은 12월 중순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렇듯 이미 경제 주체의 관심은 양적완화 축소보다는 금리 인상에 관심을 더 기울이고 있다.

시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 속도에 맞추거나 혹은 선제적으로 진행되기보다는 그보다 한 발짝 늦은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이유는 양적완화 축소를 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이 민감하게 나오며, 이에 대해 중앙은행은 시장의 반응을 살피며 통화정책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인해 비우호적으로 전개되고 있고, 공급망 정상화 지연 등으로 인한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성장세가 둔화됨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긴축 일정에 진입할 경우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앙은행과 금융시장 간 신중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 양적완화 축소라고 해도 만약 금리 인상이 조기에 시행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부각될 경우 시장의 혼란은 쉽게 통제되기 어려울 것이다. 금융시장은 금리 변화에 예상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며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확대되었던 막대한 부채 부담은 실물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즉, 통화정책 정상화를 넘어 긴축으로까지 빨리 서두를 이유가 없다.

시간이 내년에 끝나지 않고 그 이후가 있는 점도 고려한다면 내년은 투자가 확대되는 것을 목격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올해 경험했던 광범위한 병목현상을 타개할 수 있는 전략은 투자 확대 이외에는 없다는 점을 기업과 정부는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무역자유화 물결과 함께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생산 공장을 세우고 아웃소싱으로 효율화를 꾀했다면, 이제는 생산 시설의 국내 복귀, 필수 부품과 인력의 국내 공급으로 대체하는 전략이 필수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리쇼어링은 캐치프레이즈에 지나지 않았다면, 앞으로는 필요에 의한 자국내 투자 확대가 실질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병목현상이 실물투자의 필요성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전통적인 인프라 투자는 물론 팬데믹을 겪으며 필요성이 더욱 높아진 신산업 부문에 대한 투자, 탄소중립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친환경 설비 부문에 대한 투자 역시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결국, 2022년은 백신 접종 확대 및 치료제 개발 등의 영향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멈춤’이 해소되고 경제 활동이 재개되는 강도가 더해질 것이다. 코로나19가 여전히 우리 주위에 있겠지만, 지금까지 활동에 지장을 준 정도만큼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이 정상화되겠지만 긴축이라고 느낄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며 투자 확대가 경제 활동 정상화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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