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박스권 장세에서 지지부진하면서 개별종목 직접투자보다는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를 찾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10월말 기준 펀드 설정원본은 6월말 대비 50조원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다. 변동성 장세에서는 EMP 펀드와 배당주 펀드 등을 통해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유효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전체 펀드 설정원본은 800조2026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말 기준 설정원본이 750조978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4개월 새 49조2246억원(6.55%) 증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변동성 장세에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는 펀드 등에 분산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체에너지 펀드와 EMP펀드가 상대적으로 선방할 수 있는 펀드라고 강조했다.
김정현 하나금융투자 서초WM센터 상무는 "최근 미국 민주당이 인프라투자법안을 통과시키고 향후 10년간 재정지출을 늘리는 법안을 가결시켰다"며 "그간 대체에너지펀드는 기대감 외에는 별다른 모멘텀이 없어서 약세를 보였지만 예산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연희 메리츠증권 영업부금융센터 1sub 차장은 "글로벌주식과 채권, 원자재, 통화, 리츠 등 다양한 대안투자군에 투자하는 EMP펀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박스권 장세에서는 변동성을 줄이는 전략이 유효하다. 이런 측면에서 EMP펀드는 표준편차가 낮아 선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원자재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연희 차장은 "원자재 펀드는 헷지 수단으로 유효할 수는 있지만 큰 자금을 투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저점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분야가 원자재 펀드"라고 지적했다.
김정현 상무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글로벌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형 펀드를 안전한 펀드로 오해하는 투자자가 많다. 하지만 채권 투자는 금리 인상기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펀드 투자에 있어서도 분산투자에 대한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최근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동안 글로벌 펀드에 분산투자한 투자자들은 자산배분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코스피는 횡보세를 보였지만 글로벌 4차산업과 전기차, 친환경에너지 펀드 등 글로벌 펀드들 중에서는 3개월 수익률이 4~6%를 기록한 사례가 많다"며 "한국증시는 반도체 업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글로벌 증시와 산업에 대한 분산 투자를 통해 변동성 장세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세계 각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화폐 간 가치 변동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의 리스크 발생 위험을 고려하면 원화 투자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통화를 통해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