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험난한 길인 줄 알지만 온라인 극장 첫발 뗀 이유

2021-11-0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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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약자에 대한 문턱 낮추고, 지역 문화격차 해소 등 기대

화면해설·수어통역·디렉터스컷 등 다양한 영상 옵션 제공

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개관 기자간담회 [사진=국립극단 제공]


“‘공연 영상이 대면 공연을 대체할 수 있을까?’ 회의감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극장을 통해 그간 극장에 방문해 공연을 관람하기 어려웠던 관람 약자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지역 문화격차를 해소하는 등 공공으로서 국립극단이 해야 하는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국립극단은 1일 언제 어디서나 연극을 만날 수 있는 OTT 플랫폼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의 문을 열었다.
무대를 영상에 담는 일은 풀어야 할 과제가 많고, 어쩌면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 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연극인들은 힘찬 첫발을 뗐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개관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 고선웅 연출, 임도완 연출, 배우 김명기가 함께 했다.

명동예술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에 이은 국립극단의 네 번째 극장으로 국내 연극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OTT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김광보 예술감독은 “국립극단은 단순히 연극을 촬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라며 “화면해설과 수어통역 같은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무대에서 제공하려면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해 한계가 있었는데, 온라인 무대는 이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국립극단 운영 영상뿐만 아니라 민간 극단, 지역극단 우수 콘텐츠를 소개할 계획을 갖고 있다”라며 “수도권 이외의 관객에게 극단 작품 소개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국립극단은 OTT 플랫폼 오픈과 함께 2021년 국립극단에서 공연한 ‘파우스트 엔딩’, ‘X의 비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와 2020년 ‘스카팽’ 영상을 제공한다.

이후 ‘소년이그랬다’, ‘만선’, ‘로드킬 인 더 씨어터’ 등 지속적으로 국립극단의 신작이 업로드될 예정이다.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은 기본영상(다중시점) 외에도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기본영상보다 장면전환(컷편집)을 최소화하여 장면의 호흡이 길다는 특징을 가진 디렉터스컷을, ‘스카팽’은 장애인 관객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화면해설, 수어통역 버전을 마련했다. 향후 공개 예정인 청소년극 ‘소년이그랬다’는 캐스팅별 영상을 각각 제작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한 각 작품과 관련된 인터뷰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연극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립극단은 시범 서비스 등을 포함해 1년 이상 준비기간을 가졌다. 이정현 국립극단 홍보마케팅팀 대리는 “수어통역 화면이 작다는 의견을 반영해, 두 분의 통역사를 큰 화면에 배치했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어떤 영상 콘텐츠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만든 고선웅 연출은 “연극의 본질을 덜 훼손하고 연극만의 독창적인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시도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스카팽’을 만든 임도완 연출은 “아직은 과도기라 갈길이 멀다. 소리, 카메라 촬영 기법 등이 상당히 발전해야 한다. 작품의 특성에 따라 촬영기업도 달라져야 하고, 콘티도 필요하다”라며 “영상과 연극의 융합을 고민한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시도들은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국가에서 지원해준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결국은 코로나19 시대 나아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한 노력이다.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저작권, 초상권, 국제 결제 시스템 등 복잡한 문제가 많았다”라며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을 통해 영상으로 연극을 만난 관객이 극장을 찾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개관 기자간담회에서 김광보 예술감독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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