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혼조세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대세 상승도, 대세 하락도 단언할 수 없는 불확실한 모습이다. 정부의 대출규제, 추가 금리인상, 주택공급 등 정부의 3중 대책에 관망세가 짙어지며 매수자와 매도자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추가 금리인상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규제 시행 확대까지 앞두며 예비 매수자들은 '시장 흐름을 좀 더 지켜보자'는 태도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매수세가 최근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원구는 올해 들어 무서운 속도로 집값이 치솟으며, 추석 전만 해도 “집값 상승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다.
상계동 중개업소 대표는 “일대 아파트는 실거주 수요가 대부분으로 거주하면서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젊은 부부가 많다”며 “지난달부터 집값이 주춤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상투 아니냐’는 우려에 매수를 망설이는 매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 DSR 등 대출규제가 더 강화된다고 하니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망세는 신축 아파트는 물론이고 재건축 아파트까지 나타나고 있다. 신고가에 비해서 수억원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는 단지들도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상계주공 3단지 전용면적 58.01㎡는 올해 4월 8억3500만원(12층)에 신고가를 기록했으나 지난달 10일 6억원(14층)에 팔리며 5개월 만에 신고가 대비 2억3500만원이 떨어졌다.
신축아파트인 포레나노원 59.99㎡는 지난 9월 10억5000만원(21층) 최고가에 팔렸으나 지난달 23일 8억1300만원(13층)에 거래됐다. 이는 2020년 12월 입주 이후 거래된 최저가이다.
실제 천장을 모르고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는 전주 0.17%에서 지난주 0.16%로 줄어드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앞두고 거래활동과 매수세가 위축되며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개구에서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집값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매수심리가 서서히 얼어붙는 양상이다. 집값 상승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함께 대출 규제 강화로 '영끌'이 막히며 추격 매수의 문이 완전히 닫힌 영향도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25일 조사 기준)는 100.9로 기준선인 '100'에 근접하며 7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매수심리가 강하다는 뜻으로, 한동안 100을 크게 웃돌았던 매수심리가 최근 들어 계속 꺾이고 있다는 의미다.
매수세가 줄면서 똘똘한 한 채와 거리가 먼 소형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KB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한강 이남 11개 자치구의 60㎡(전용면적) 이하 소형 아파트의 지난달 평균 매매가격은 10억59만원으로 나타났다. 전월 10억1132만원 대비 1.06% 낮은 가격으로, 월별 기준 해당 면적의 매매가격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강남권은 토지거래허가제를 비껴간 서초구를 중심으로 수억원가량 오른 신고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반포센트럴자이 전용면적 98.99㎡는 지난달 45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전 신고가는 40억2000만원으로 4억8000만원가량 올랐다. 반포리체 전용 84.967㎡는 지난달 2일 33억원에 팔리며, 이전 신고가 30억원(7월 31일 계약) 대비 3억원가량 올랐다.
강남구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권은 대출규제의 효과가 미미하다"며 "특히 토지거래허가제를 비껴간 서초구에서는 갭투자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서울 전역이 관망세에 빠지면 아무리 '철옹성'이라고 한들 강남 집값만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