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 스페셜 칼럼] 중국인들의 한탄, 한국은 되는데 우린 왜 안되지?

2021-11-0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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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순 이사장]


지난 9월 30일 중국에서 개봉된 영화 ‘장진호’는 올해 개봉된 영화 중에서 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영화 ‘장진호’는 14억 거대 중국 시장에서도 역대 1위로 8억7032만 달러(약 1조325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특수부대 전랑(战狼)2’를 뛰어 넘어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영화 ‘장진호’는 사실 중국공산당(중공)에 의해 조작된 가짜이다.

시진핑과 중공은 왜 지금 이런 무모한 조작을 통해 선전 선동에 나섰던 것일까? 중국인민들은 과연 시진핑의 의도대로 감동의 물결에 휩싸였을까? 올해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 세뇌되고 속아온 중국인민들은 오늘도 중공이 선동하는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선전에 휘둘리고 있을까? 이쯤에서 중국인들의 반응을 들여다보자.
시진핑은 3연임 분위기 잡기에 이용하기 위하여 무려 13억 위안(약 2300억원)의 역대급 거액을 투자하고, 무려 1만2000명을 동원하여 영화 ‘장진호’를 제작했다. 중공은 장진호 전투를 조작하고 미화시킨 영화 ‘장진호’를 통해 한국전쟁을 자신들의 승리로 포장했다. 중공은 장진호 전투로 입은 인민지원군의 막대한 피해 사실은 다 숨긴 채, 오로지 미군이 도망갔다는 것 하나만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대승이라고 선전했다.

중공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공의 인민지원군이 세계 패권 국가인 최강의 미군을 도망가게 하고, 미군이 주도하는 유엔군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중공의 조작으로, 사실상 시진핑과 중공은 자충수를 둔 셈이다. 왜 이런 평가가 가능할까?

장진호 전투의 실상은 무려 16만명을 동원했던 인민지원군이 15일간의 전투에서 최대 9만여 명의 사상자 피해를 입었다. 반면에 16만명에 의해 겹겹이 포위당했던 미 해병 1사단 1만6000여명은 피란민들과 함께 포위망을 뚫고 아군과 합류했으며, 15일간의 이어진 전투에서 미군과 유엔군 사상자는 1만7000여명으로 집계되었다. 게다가 미군은 한국군 및 유엔군과 협력하여 피란민 10만여명을 함흥에서 남쪽으로 안전하게 철수하는 기적과 같은, 인류 전쟁사에 길이 남을 감동을 주었다.

중공이 세계 최강의 미 해병대를 섬멸했다고 조작하며 선동한 영화 ‘장진호’를 본 중국 인민들은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시진핑과 중공의 의도대로 반미 제국주의를 외쳤다. 그러나 영화에 감동된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전투였는지 장진호 전투와 관련된 사료를 찾아 보게 되었고, 이 전투의 실상을 정리한 내용들이 중국 SNS에 올라오면서 실망으로 바뀌었다. 조작된 소위 중공식 국뽕 영화에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된 중국인들은 오히려 좌절감에 빠져, 실상을 한탄하는 비판의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영화 ‘장진호’가 중국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이유는 중공의 선전 선동 기획 영화, 즉 ‘중공 국뽕 영화’로 제작되어 투자비와 마케팅 및 극장 상영도 공산당이 일률적으로 간여했기 때문이다. 각 학교는 학생들을 동원하여 단체 관람을 하면서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자극했고, 이를 통해 전쟁이라는 비극적 환경에서 유발되는 감성을 자극했던 것이다.

영화를 보던 중국인들은 대성통곡을 하거나, 영화가 끝나고 엔딩 장면이 올라갈 때 거수 경례를 했고, 중공의 중앙선전부는 이를 다시 SNS로 선동에 이용했다. 어떤 고등학교의 단체관람에서는 교사의 지휘 아래 학생들이 장진호 전투에서 병사들이 언 감자와 곡식 가루로 끼니를 때웠던 장면을 떠올리며, 언 감자와 곡식 가루 먹기를 따라 했다. 교사는 앞에서 학생들에게 공산당 찬양과 미 제국주의 타도 구호를 선창했고, 중공은 이 장면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선전 선동의 최전선에 앞장선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청년 관객들의 인터뷰에서 획일적인 애국주의 문구를 똑같이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자행했다. 다른 도시에서 다른 시간에 영화를 본 관객들의 인터뷰 발언 내용이 같다면 이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해외 언론들은 영화 ‘장진호’가 사실상 ‘강요된 애국적 의무’라는 비평까지 내놓았다. 강요된 애국적 의무를 다한 것을 자랑스럽게 SNS에 올리고, 인터뷰 발언도 획일적이 되어 버린 중국 청년들의 세뇌된 행동, 이를 자랑스럽게 호들갑을 떨며 선전하는 중공, 이것이 오늘날 중국사회의 단면인 것이다. 선전 선동으로 만들어진 중국 내 역대 박스오피스 1위와 올해 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의미가 있을까?

중공의 선전에 고무되었던 중국인들은 그러나 한국의 오징어게임 글로벌 열풍에 멈칫했다. 당장 오징어게임과 영화 장진호의 비교 논쟁이 벌어졌다. 해외 시장에서 영화 ‘장진호’에 대한 반응이 싸늘한 점에 대해 중국인들의 갑론을박 논쟁이 벌어졌고, 급기야 이런 칼럼도 등장했다. “왜 장진호는 해외 진출이 어렵고 한국의 오징어게임은 될까?”

장진호 영화가 해외에 나갈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중국 전문가들의 내부 평가는 그나마 현실적이다. 중국인들의 토론 내용은 대략 9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장진호가 예술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중심사상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고 그들은 지적했다. 즉 한국전쟁에 왜 하나도 상관도 없는 중국인이 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전쟁에 왜 인민들이 지원하여 인민지원군의 명목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야 하는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는가에 대한 중심사상이 이 영화에 없다고 비판했다. 결론은 맹목적인 애국심 조장뿐이었고, 시진핑 3연임 이후 미국과의 패권전쟁 항쟁 의지를 대내외에 보이기 위한 전주곡이라고 평가했다.

둘째, 장진호 영화에는 오로지 공산당의 승리만을 강조할 뿐, 인명의 소중함은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공산당의 승리만을 강조하는 콘텐츠로 해외 시장을 나가겠다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셋째, 한국은 이미 K팝, 게임, 영화, 드라마 등의 문화 콘텐츠로 세계 시장 진출의 기초를 가지고 있었고, 오징어게임은 적절한 시기에 이 흐름에 편승할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반면에, 중공이 만든 공산당 선전 선동 국뽕 영화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국 인민들을 선전하기 위해 제작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넷째, 한국문화 콘텐츠 제작의 특징은 자율적이고 제한 없는 창의력에 근거하지만, 중공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콘텐츠를 검열을 통해 제한하고 통제하기 때문에 창의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거론되었다.

다섯째, 한국 정부는 영화진흥법 등의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 창작자의 표현과 자유를 제한하지 않지만, 중공은 거액을 투자하여 완성된 작품도 검열에서 일부분을 삭제하거나 아예 작품 자체를 몰수해 버리기 때문에 세계 시장 진출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여섯째, 한국은 주제 선정에 있어서도 제한이 없어서 전직 대통령 문제나 역사 문제, 혹은 중요하고 민감한 사회문제 등의 모든 영역에서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하고 심지어 강렬하게 비판할 수 있지만, 중공은 오로지 중공이 제한한 영역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비판은 어림도 없고, 한국에서 선정하는 방식의 주제를 중국에서 선정했다가는 생존 안전마저도 위험할 것이라는 한탄도 있었다.

일곱째, 자본 투자나 마케팅 측면에서도 세계적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넷플릭스 플랫폼을 활용하여 마케팅을 했지만, 투자자라고 해서 넷플릭스가 한국의 오징어게임의 주제 선정이나 제작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중공이 이렇게 완전한 창작 자유 공간과 방식을 허용할 수나 있겠냐고 중국인들은 반문했다.

여덟째, 한국의 문화콘텐츠에는 바로 시장의 반응 즉 고객들의 감성과 불만, 그들의 애환과 생활의 문제점, 고민 등이 주제로 선정되고, 그 고민들을 함께 나누는 시장 위주의 고객 지향적인 창의력이 충분히 발휘되지만, 중공은 오로지 공산당 만세와 공산당의 승리 밖에 없다며 현실을 한탄했다.

마지막으로, 공산당이 만들거나 통제하여 허용하는 콘텐츠는 제작 목적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에 창의력에 대해 안일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공산당이 하라는 대로 잘 만들기만 하면, 작품과 창의력의 가치를 포기하는 대신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지만, 비판적 창의력을 발휘하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오징어게임과 영화 ‘장진호’의 비교 논쟁에서 실망했던 중국인들의 비판은 의외로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중국인이 참전하고 큰 희생을 치른 뒤의 한국전쟁에 대한 결과를 볼 때에도 중공의 한국전쟁 참전은 성공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중공의 한국전쟁 참전은 중공의 선전처럼 성공인가, 실패인가에 대한 논쟁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많은 중국인들이 희생되었지만, 결국은 한반도에 민족 분열을 조성했을 뿐이다. 둘째, 많은 중국인들을 희생시켰는데, 결국은 김씨 왕조 3대 세습 체계만 도와주었을 뿐이다. 이것이 의미가 있는 일인가? 셋째, 한국전쟁이 한참이나 지난 오늘을 비교해 보면, 중공의 참전 가치는 더욱 하락한다. 긴 말 필요 없이 야간에 한반도의 야경 사진을 비교해보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논쟁은 공산당의 선전 선동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중국인들은 한국전쟁에서 이미 판세가 기울어 북한의 북부 지역에 한국군과 미군 및 유엔군이 도달했기 때문에, 미국과 상호 불개입 협상을 통해 타이완 무력전쟁에 미군이 개입하지 말도록 협상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인들의 결론은 중공이 판단 착오로 타이완 통일 기회를 잃었고, 한국전 참전 이후 오랫동안 미국의 제재로 발전 기회도 잃었으며, 대약진과 문화대혁명이라는 대재앙을 만났다고 한탄했다. 중공은 선전 선동의 의도와는 정반대되는 인민들의 비판 여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중공 당국이 한숨을 쉬도록 하는 반응은 또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중국인들의 결론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중공에 무릎 꿇고 충성하며 먹고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방법을 강구하여 가급적 빨리 해외로 도망가는 것이다. 이 의견에 대한 반론은 별로 없었다.

중공은 영화 ‘장진호’에 이어서, ‘압록강’과 ‘장진호2’ 영화 제작을 시작했다. 선전 선동으로 벌어 들이는 수익이 꽤나 짭짤하니, 시진핑이 강조했던 쌍순환 중의 내수 시장 활성화는 이런 식으로라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중공 당국의 생각인가 보다.

하긴, 선전 선동과 현실은 항상 괴리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해야 하고, 우매한 인민들의 생각이 세뇌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니까.


김상순 필자 주요 이력

▲대만대 사회학석사 ▲북경대 국제관계학 박사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이사장▲중국차하얼학회 고급연구원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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