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벨트, 핵심은 용인] 수급난·자국중심주의 심화…반도체 생태계 구축 속도戰

2021-11-0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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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수급 불균형, 국내 공급망 구축 시급…정부 지원 체감도 낮아, 전향적 전략 필요

“반도체 수급 불균형 상황이 4분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현대차 콘퍼런스 콜 中)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LG전자 콘퍼런스 콜 中)

연말을 넘어 내년까지 산업계 전반으로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일시적일 것으로 여겨졌던 해당 이슈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반도체 관련 선제 투자와 자국 내 공급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올 4분기 D램 가격 하락 우려가 나오지만, 이는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른 PC 등 일부 제품 수요 감소 영향일 뿐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선제 투자는 거스를 수 없는 화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미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내재화’ 즉, 자국 내 생산기지 건설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백악관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 등 해외 기업을 상대로 투자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다 최근에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각사의 생산 정보까지 요구하며 자국 기업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지원사격하는 모양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점입가경인 상황에서 지난 5월 13일 우리 정부가 발표한 ‘K-반도체 벨트 전략’이 애초 계획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시 정부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를 열고 종합 반도체 강국 실현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은 반도체 생태계 관련 기업들과 함께 국내에 세계 최대·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공급망은 성남 판교와 용인 기흥~화성~평택~온양의 서쪽, 경기 이천~충북 청주의 동쪽이 용인에서 연결돼 알파벳 ‘K자형’을 띤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민관이 힘을 모은 K-반도체 전략으로 우리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거센 파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위상을 굳건히 하고, 시스템반도체까지 세계 최고가 되어, ‘2030년 종합 반도체 강국’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510조원+α(플러스 알파) 규모로 대대적 투자를 공언했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의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복합 생산라인을 대규모로 증설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국내외 50개 이상 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와 함께 용인에 대규모 생산기지(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 공장부지 조성이 완료되는 2022년부터 120조원 규모를 투자해 반도체 팹(FAB) 4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K-반도체 벨트 성공 여부는 약 448만㎡(약 135만평)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얼마나 속도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또한 당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며 “국내 설비 증설, 인수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계획은 현실이 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9일 국내 8인치 파운드리 기업인 ‘키파운드리’의 지분 100%를 인수,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의 생산능력에 더해 파운드리 생산능력 2배 목표 가능성을 높였다.

한편 정부는 K-반도체 벨트 구축을 위한 기업들의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세액공제 확대, 금융지원, 인프라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기업의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또 10년간 반도체 핵심 인재 3만6000명을 양성하고 핵심 기술 개발에 힘쓰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기업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K-반도체 벨트 전략 실행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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