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가 시스템 무너지면 복구 힘들어...검찰개혁 실패 예견"

2021-10-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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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수사 경험이 없어, 검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기소하는 지 몰라"

"대장동 의혹은 '녹취록', 고발사주 의혹은 '조씨 진술에만 의존'"

현 정부 검찰 개혁, 첫 단추부터 잘못돼..."형사사법 효율성 떨어뜨려"

김종민 변호사가 29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상대로 출범 후 첫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당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도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를 구속하지 못하면서 진상 규명의 난관에 부딪혔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55)는 지난 29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공수처가 최근 청구한 손 검사 구속영장에 대해 "대검 차장 이름까지 틀렸던 건 수사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수사에 대해서는 "초기 수사부터 부실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사법체계가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특수수사 경험 많은 검사들이 수사해야"

-공수처의 '헛발질'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 역량의 문제일까 

"수사 역량과 의지 모두 문제가 있다. 이번 (손 검사 구속영장이 부실한 건) 수사가 충분히 되지 않은 것을 방증한다. 또 구속영장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언급한 게 불필요하게 많다. 수사라는 건 기본적으로 선입관을 배제한 상태에서 물증과 진술로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사가 왜곡될 수 있다"

-공수처 검사들이 '현장 수사' 경험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 김진욱 공수처장을 비롯해 여운국 차장, 최석규 수사3부장 모두 판사 출신이다. 보완책으로 검찰에서 유능한 수사 검사를 파견받으면 되는데 공수처가 필요없다고 했다는 말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수사는 제대로 되기 어렵다"

-공수처가 출범한 지 9개월 됐다. 현재 공수처를 어떻게 보나 

"공수처는 여당에서도 회의론이 있다. 회의론의 시작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특별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입건한 것이다. 그때 공수처는 정치적인 수사 기구가 될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공수처 인사위원회 균형이나 규정을 보면 국회가 공수처 인사에 깊이 관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수사기구'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

◆"유동규, 배임 혐의 빠져 부패재산몰수도 어려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혐의에 배임이 빠졌다 

"배임 혐의를 뺀 건 '윗선' 수사를 막겠다는 의미로 볼 수밖에 없다. 배임 혐의를 뺐으니 부패 수익 환수 문제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부패재산몰수특례법'에 따르면 배임 범죄로 인해서 얻은 수익은 몰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배임으로 기소를 하지 않았으니 부패재산 몰수, 추징보전도 못한다"

-배임 혐의에 있어서 '고의성' 입증이 어렵다고 하기도 한다 

"고의라는 건 마음 속에 있는 의사로, 외부 행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초과이익환수조항'을 실무진에서 넣자고 했는데 이걸 7시간 만에 뺐다. 두 번째는 지분 비율 따라 배당금을 가져가는 것이 맞는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는 1% 지분을 갖고 막대한 이익을 가졌다. 이런 점들을 합쳐보면 명백한 배임이라 볼 수밖에 없다"

-'대장동 의혹' 수사가 초기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다 

"초기 수사가 부실했다. 해당 의혹이 처음 보도된 지난 8월 31일 이때 수사에 착수했어야 했다. 검찰은 고소·고발이 있어야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하고, 해당 관계자·피의자들 모두 출국 금지 조치를 했어야 했다. 대장동 개발이 최초 공영개발 방식으로 논의됐다가 공영개발과 민간개발 방식이 합쳐 진행된 경위, 각 개발방식 장단점, 결재자는 누군지 등을 빨리 확보했어야 했다"

-특검에 대한 찬성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특검은 특검대로 도입하고, 특검이 준비될 때까지 검찰에서 최선을 다 해 수사해야 한다. 특검이 도입되면 그때까지 했던 검찰 수사가 부실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다수당이 여당인 상황에서 특검 도입은 어려울 것이나, 현재와 같은 검찰 수사가 계속된다고 하면 특검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김종민 변호사가 29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초기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냈다. 김 변호사는 "검찰 개혁은 반드시 필요했다"면서도 "개혁의 의도, 방향, 목표가 처음부터 잘못돼 검찰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이 검찰 인사권을 쥐고 있는 한 정권 친화적인 검찰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며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미 2차 대전 이후 최고사법평의회를 만들어 인사를 관장하도록 헌법에 명시해 놨다"고 부연했다. 

◆"형사 사법 체계는 효율적이어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부작용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LH 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다.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했지만 유야무야로 끝났다. '대장동 의혹' 수사는 검찰과 경찰이 따로 수사를 한다. 형사 사법이라는 건 효율적이어야 한다. 전력이 분산된 상태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검찰의 과도한 직접수사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에서는 검찰과 경찰은 '2인 3각'의 형태를 취한다. 독일에서는 '검찰은 손발 없는 머리, 경찰은 머리 없는 손발'이라고 말할 정도다. 두 기관이 협력과 견제를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한 기관이 권한을 남용하는 건 권력 독점이라는 결과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김 변호사는 "국가 시스템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 사람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만 시스템은 한 번 무너지면 복구하기 힘들다"며 "사법부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 검찰의 정치화, 정치의 검찰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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