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청와대 회동이 끝난 뒤 춘추관을 찾아 대화 내용을 브리핑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청와대 상추내에서 약 50분간 차담회를 진행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 후보가 지난 10일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만이다.
이 수석은 “‘검찰’이나 ‘수사’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면서 “부동산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내년 대선과 관련해 “이번 대선이 정책경쟁이 되면 좋겠다”면서 “대개 언론은 정책보다는 서로 다투는 네거티브전을 보도하니 아무리 정책 얘기를 해도 빛이 안 나는데, 그래도 정책경쟁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한 뒤 “시대가 계속 바뀌니 정책도 과감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후보가 “대선을 치르며 안 가본 곳을 빠짐없이 다 가보려 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방역을 잘해서 이번 대선이 활기차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선거운동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다”고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로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기후위기도 가속화하는 역사적 시기”라며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 다음 정부가 지는 것이 더 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섞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방역에 대해선 “우리 능력을 재발견하는 기회였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국민의 협조로 이뤄진 것이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 후보는 “경제발전, 군사강국, 문화강국으로 자리잡은 것은 다 문재인 대통령 노력 덕분”이라고 언급했다.
이 후보는 페트병 포장 분리수거 캠페인을 거론하며 “국민이 잘 협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경쟁했던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얘기도 나왔다.
이 후보는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하려고 마음에 담아 둔 얘기를 꼭 드리고 싶다”면서 “지난 대선 때 제가 조금 모질게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아시겠죠?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고 이 수석이 전했다.
이 후보는 경제 문제에 대해 “전체 경제가 좋아지지만 양극화가 심화하고 서민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확장재정을 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기업들을 많이 만나보라”면서 “대기업들은 (사정이) 굉장히 좋아 생존을 넘어 대담한 목표를 제시하지만, 그 밑의 작은 기업들은 힘들어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수석은 “대북정책 얘기도 하지 않았다”며 “무거운 얘기를 피하다 보니 가볍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소개해드린 농담들도 서로 편하게 주고받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수석은 “사전에 제가 이 후보 측과 선거 관련 얘기,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얘기를 했다”면서 “이 후보는 후보로서 얘기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을 상대로는 언급 안하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분이 (선거 관련) 발언을 아예 피하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 그런 발언은 일절 나오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