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 기준으로 살펴보았을 때 작년 3월 19일 1457.64p였던 코스피는 금년 7월 6일 3305.21p로 마감하면서 127%의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코스닥의 경우에는 코로나가 엄습하며 작년 3월 429.35p까지 추락했던 지수가 금년 8월 9일 1060p까지 치솟아 상승률은 147%에 달한다. 이 같은 상승률은 뉴욕증시가 전고점을 경신하기 전인 10월 중순까지만 따져 보았을 때 S&P500 지수(+103%)와 나스닥(+124%)도 능가한다. 그런데 왜 내 계좌
는 마이너스 수익률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분들도 많겠는데, 대부분의 경우 너무 비싸진 종목에 뒤늦게 올라탔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주식 투자에서는 진입과 청산의 타이밍이 중요한데, 거기에다 정말 우량주라 할 만한 종목들은 소외되고 뭐하는 회사인지, 수익 모델도 불분명한 가운데 이런저런 테마와 스토리 텔링에 묻어가면서 급등락을 이어가는 그다지 건전하지 못한 최근 시장 분위기도 작용한 결과라 하겠다.
‘코로나 장세’는 분명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시장 흐름과는 달랐다. 작년 6월에는 블룸버그, 파이낸셜 타임스 등의 매체에서도 데이브 포트노이라는 인물을 취재하여 소개하기에 바빴다. 우리나라로 치면 토토 같은 스포츠 경기에 대한 도박 사이트와 피자 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모든 것이 멈춰 선 작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주식투자에 나서 워런 버핏이 손절에 나선 크루즈선 운행사나 항공사의 주식들을 매입해 수익을 냈고, 이후 그의 SNS를 통한 데이 트레이딩 중계를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따라하기에 나섰다. 말에 그 사람의 인격이 묻어난다더니, 역시나 포트노이는 이후 워런 버핏이 쭈그려 앉아 골프 연습장 티에 공을 올리고 자신은 그 공을 치는 움짤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건방이란 건방은 다 떨고 지내는 중이다.
그리고 곧 이어진 ‘밈(meme)주식 열풍’…… 레딧(reddit)이라는 사이트 내 ‘월스트리트 베츠’ 대화방에 키스 질(Keith Gill) 같은 꾼들이 나타나 현란한 분석 내용과 더불어 공매도 세력들을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로 척결하자는 식의 선동이 먹혀 들면서 이른바 ‘게임 스톱’ 사태가 발생했다. 그 뿐인가? 일론 머스크가 클럽하우스라는 음성 위주의 SNS에 출연한다고 트위터에 한 줄 올리자 이름만 비슷하고 전혀 다른 회사인 클럽하우스 미디어 그룹의 주가가 1.5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다가 27달러로 올라선 뒤 끝내 1 달러대로 회귀하는 일도 벌어졌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일론 머스크의 영향력과 그로 인한 코인 가격들의 급등락 상황은 독자들도 이미 잘 알고 계실 터인데, 가장 웃기는 것은 그가 시바견 사진 한 장을 트위터에 올렸더니 ‘시바 플로키’라는 소수점 여덟 자리나 아홉 자리에 가서야 숫자가 나오는 잡코인 하나가 4000퍼센트 폭등하기도 한 일이다 .
필자가 오늘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제 서서히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전환을 모색하는 시점에, 과연 위드 코로나는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외 증시는 ‘성장 vs 인플레이션’이라는 화두로 고민 중이다. 분명 코로나로 인한 봉쇄와 이런저런 제약에서 벗어나는 것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을 기대해 볼 만한 요인이지만 몰상식하게 풀려난 돈과 더불어 이제 서서히 지구촌 경제를 압박할 인플레이션이 걱정된다. 지금까지는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잘 컨트롤하고 있는 듯하지만, 이건 한번 고삐가 풀리면 걷잡을 수 없는 사안이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은 그동안 갈 곳도 없고 쓸 데도 없어 증시로만 몰리던 돈들이 이제는 여행으로, 외식으로, 쇼핑으로, 집을 넓히는 쪽으로, 하다 못해 경마장과 카지노에서의 오락과 도박으로도 흘러갈 것이기에 마냥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